2018년 5월 7일 월요일

백만년만에 진행한 기술 세미나

안녕하세요.

"May Forth be with you." 지난주 금요일은 May 4th, 스타워즈 데이였습니다. 스타워지 팬이라면 아시겠지만, May force be with you 대사에서 착안하여 사람들이 만들어 낸 날이지요.

그런데 GTA 지역에는 그 포스가 진짜로 찾아왔습니다. 100 Km/h 가 넘는 어마어마한 강풍이 GTA 전역에 불어닥쳐 나무가 쓰러지고, 집 담장이 무너지고, 전기가 끊기고, 집 지붕이 날아가는 등 (지붕 전체가 날아간 것은 아니고 집 지붕에 기왓장이요) 어마어마한 포스가 찾아 왔었죠. 저희 동네에도 민둥산이 되어버린 집들이 많이 보이는데, 주말 내내 roof 업체들은 전화연결이 안 될 정도로 바빴다고 합니다.
저희 집은 잠깐 몇분간 정전이 있었던 것과, 뒷마당에 트램폴린이 바람에 날려 마당 한 구석으로 밀려난 것 외에는 다행히 별다른 피혜는 없었죠.

이렇게 포스가 지나간 후 토요일, 저는 오래간만에 토론토로 상경을 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토론토 한인 전산인 모임에서 세미나를 하기 위해서였죠.

캐나다에 와서 모임에 참석 한 이후 지금까지 많은 고수님들의 세미나도 듣고 스터디도 하고, 첫 구직 이전에는 캐나다에서 구직 시 팁이나 이력서 작성 등을 도움받기도 했고, 구직 후에는 회사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나 한국 직장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연봉협상 등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많은 선배님들께 조언과 격려를 들으며 많은 도움을 받아오기만 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처음으로 저도 세미나 발표를 하면서 작게나마 기여를 하게 된 것입니다.

보통 세미나는 지금처럼 따뜻한 봄날에 하기 보다는 추위가 시작되는 시점에 많이 합니다. 날씨가 추운 시기엔 아무래도 야외 활동이 적어지면서 다들 개인 시간도 많이 남게되기에, 세미나 연사도 발표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가 좀 더 생기기도 하고, 참석자들 역시 평일 퇴근 후에나, 주말 오후에 딱히 다른 할 일이 없어 참석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죠. 저도 사실 이 세미나를 하기위해 처음 준비했던 시기는 올해 1월인데, 번아웃에 제 몸과 마음이 시들시들 해지면서 세미나 주제와 윤곽만 잡아놓고 한참동안 손을 놓고 살다가, 때마침 신임 회장님이 선출되어 모임의 정권교체??? 도 이루어졌고, 저 역시 그 시기 즈음에 번아웃에서 벗어나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스스로 긴장을 주기 위해 세미나를 하게 되었습니다.

채 한달도 안된 기간 사이에 다소 급하게 일정과 장소를 잡다보니 프로젝터와 마이크 등 장비도 없으면서, 시간당 $50불이 넘어 비싸고, 룸 인원제한에는 엄격한 공공도서관 세미나 룸을 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미나 날자는 평일도 아닌 주말 오후였고, 날도 맑아 놀러가기 딱 좋은 날씨였죠. 설상가상으로 그 전날 GTA에 불어닥쳤던 강풍 덕에 일부 지역은 전기도 끊겼었고, 나무도 쓰러지고, 집 담장도 무너지고, 지붕이 날아간 집들도 많아서 참석률이 낮아 혹시나 회비에 적자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죠. 하지만 참가 신청자 중 금요일에 집이 파손되어 부득이하게 불참하신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석해 주셨고, 혹시나 현장에서 참석할 수 있을까 싶어 오신 회원님들 덕분에 그나마 비어있던 자리도 채워져 덕분에 완판남이 되었죠.

2시간 강연을 촬영했던 동영상을 돌려보니 제 준비가 부족했던 부분과,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것이지만, 세미나 진행도중 미처 언급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 등 참 비루한 세미나였다는 생각이 드는데, 가장 아쉬운 점은 애초에 Target Audience를 명확히 잡지 못하고 시작한 것입니다.

전산인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오픈된 모임이고, 가입과 활동에 별도의 제약도 없고 별도의 가입비도 없는 모임이기에 세미나를 진행하면 참석자의 층이 넓습니다. 이제 갓 학교에 입학을 해서 SW에 대해 하나씩 공부를 시작하신 학생들도 계시고, 한국에서 이미 커리어를 쌓을만큼 쌓은 알고보면 무림의 고수 중에 고수이시지만, 어쩔 수 없이 워크퍼밋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학교에 재입학 하신 분들도 계시며, 이미 이민을 오셨거나 이런저런 경로로 워크퍼밋을 받으신 후 구직을 하고계신 분들도 계시고, 당연히 현재 직장을 다니고 계신 분들도 계시죠. 애초 세미나 공지를 할 때, 타깃 층을 정하고 그에 맞추어 준비를 했다면 좀 더 좋았을텐데, 동영상을 다시보니 별도의 설명없이 제 분야의 용어를 신나게 써가며 설명을 하기도 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실무에 계신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 할 만큼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쓸데없이 길고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도 했더라고요.

역시 저는 무언가 직접 부딛쳐봐야 그때서야 제가 부족한 점을 뒤늦게 깨닿는 것 같네요.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경험에 아쉬운 점들이 있다보니 다음에 다시 한 번 제대로 하고싶은 욕심이 좀 생깁니다.

아무래도 다음 세미나의 target audience는 이제 막 첫 커리어를 시작하기위해 준비중이신 학생/구직자 분들이 될 것 같아요. 저도 개발 내에서 DevOps라는 분야로 옮긴 것이 1년 조금 넘은 정도인지라 내공이 많이 부족해 모임 내 고수분들 앞에선 제 미천이 탈탈 털리다 못해 영혼까지 깔끔하게 탈곡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음 번에는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실질적인 툴의 사용과 구현에 대한 내용인지라 강연식 세미나 보다는 직접 같이 해보는 스터디 방식을 생각중이기 때문입니다.
컬리지는 정말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너무나도 턱없이 부족하기에 스스로 주제를 정해 파고들지 않으면 졸업 후 거대한 장벽을 만나기 쉬운데, 간단한 설명 + 스터디를 하게되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어떻게 접근을 해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을 생각 해 보아도 그랬던 것 같더라고요.

군입대 이전 1학년 때에는 신나게 노느라 선동렬 방어율과 수비형 포수의 방어율 사이의 학점에 머물렀다가 제대 후에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제대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1년 정도 공부를 해도 내가 배운 내용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 선배들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고, 형들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공부를 할 때 같이 공부하고, 또 그 형들이 그 기술들을 활용하여 프리랜서로 일을 하거나 개인적인 프로젝트들을 구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시도하는지를 보고 배우며 제 시야도 많이 넓어졌고, 스스로 학습하는 것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은 것이 당시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학생과 구직자에게는 참가비를 받지 않다보니, 참석자들이 모두 학생이 되어버리면 세미나룸 임대료는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일단 일을 저지르면 어떻게든 해결 되겠죠???

토론토 인근에서 재직중인 한국인 개발자, 혹은 개발 매니져 등 IT 종사자가 이미 백여명이 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많은 한국의 IT 종사자 분들께서 캐나다로 더 많이 진출하셔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기 더 좋은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의 SW 산업은 각종 법적 규제들과 사회/관습적인 제약들, 그리고 기업 문화로 인해 마치 갈라파고스 섬 처럼 동떨어진 생태계를 구성하고있고,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경제규모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다지만, 인력들의 경우에는 훌륭한 인재들이 정말 많은 곳이거든요. 뭐... 제 이전 직장에서는 현 임직원 중에 구글에 갈 수 있는 역량의 사람은 1~2% 밖에 안된다는 자기비하적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지만, 반대로 구글 직원들 중 그 회사의 입사 시험과 면접을 통과하고 근로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의 비율도 1~2% 정도일 겁니다. 각자 주어진 환경에 맞춰 진화하는 것인데... 세계 최고의 기업임을 내세우는 회사에서 자기의 임직원들의 역량이 매우 떨어지는 것 처럼 말하는 모습이라니...

그래서 더더욱 한국에 계신 훌륭하신 분들이 보다 더 공정한 대우를 받기위해 나와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한국의 기업문화도 인재가 점점 줄어든다면, 아무래도 인재들을 좀 더 소중히 모시지 않겠어요? 비록 저는 인재는 아니고 단순한 인력이지만,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전반적인 기업/근로 문화가 자리잡히고, 인재 뿐 아니라 인력들 하나 하나 까지도 모두 소중히 여기는 환경이 된다면, 언젠가는 저도 더 이상 영어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 살 수도 있을 것이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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