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2일 화요일

동물의 왕국

요즘 점점 제가사는 동네가 동물의 왕국이 되어가는게 아닌가 싶네요.

처음 이 동네로 이사를 온 이후에 다양한 동물들을 집앞에서 만날 수 있던 것이 좋았습니다. 다람쥐나 너구리 정도야 토론토 아파트에서도 자주 보던 동물이긴 했지만, 집 앞뒷마당에서 토끼, 매와 같은 동물을 볼 수 있어서 뭐랄까... 좀 더 건강한 곳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작년 봄에 아기토기 5마리가 저희 집 뒷마당에 찾아왔을 때에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귀염둥이 손님이 찾아왔다며 너무나 반가웠죠.

집 뒷마당에 찾아온 아기토끼 가족

하지만 그 해 여름이 되자 귀염둥이 손님들은 불청객이 되어버렸습니다.

여름이 끝나가던 9월 즈음부터 아침마다 뒷마당에 나가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토끼똥이 뒷마당 잔디밭을 뒤덮고 있었으며, 500원 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크기로 군데군데 잔디가 뿌리채 뽑혀 죽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잔디가 뒤집혔는지 알 수 없었는데, 뒷마당 불을 켜둔 어느 저녁날 토끼들의 범행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집에 오는 토끼들이 봄에 찾아왔던 아기토끼들 같아 왠지 정이 가기도 했고, 한두군데 잔디가 죽은 것은 다시 잔디 씨를 뿌리고 흙을 맺구면 된다고 생각 했으니까요.

하지만 밤새 비가 내렸던 어느 날 아침, 뒷마당에 나가보니 수십 군데에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로 잔디들이 뿌리채 뽑혀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잔디밭에 물기가 마르지 않았던 다음날 아침, 뒷마당은 더욱 더 참혹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죠. 더욱 더 안좋은 것은 9월은 이미 잔디를 심기에 시기상 늦어, 잔디가 뽑힌 곳은 맨땅이 드러난 상태로 방치가 되었는데, 가을이 끝나갈 무렵이 되니 그 자리들에는 수많은 잡초들이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죠.

올해 봄이 찾아왔을 때, 잔디가 죽은 곳을 모두 파내고 새 잔디씨를 정성껏 심고 새 흙으로 덥어주어 정성껏 키웠습니다. 여름이 찾아올 때 즈음이 되자 잔디 씨를 심은 곳에서 다시 어린 잔디 싹이 자라나면서 앞뒷마당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죠.

하지만 깔끔한 마당을 꾸렸다는 뿌듯함도 잠시... 어느날 부터 다시 뒷마당에 다시 토끼 똥들이 보이기 시작하기에 뒷마당 펜스 및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막아 보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곳 저곳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토끼들로 인해 결국 뒷마당은 참혹한 모습으로 다시 변했으며, 저는 결국 잔디를 포기하고 토끼들에게 항복을 했죠.

이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동네에 너구리가 보이지 않아 쓰레기를 버리는 날 쓰레기 통이 뒤집 힐 걱정을 안해도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잔디 씨앗과 흙, 비료 등에 수백불을 쏟아부어 몇달동안 정성껏 가꾸었던 잔디들이 토끼에게 이렇게 무참히 희생되고나니, 너구리 같은 잡식/육식 동물이 거의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며 가끔 산책을 하다 나무위에 앉아있는 매를 만나면 

"야! 넌 배도 안고프냐? 토끼 안잡아가고 뭐하냐?"


라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죠.

그러다 뒷마당이 완전히 잡초 반 잔디 반이 되어버린 올해 8월 부터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 했습니다. 이미 잔디를 포기한지 한달이 넘은 상태인지라 그간 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어느날 보니 뒷마당에 토끼 똥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한 것이죠.
어떤 이유에서 토끼들이 오지 않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텃밭에 딸기와 상추, 그리고 깻잎들의 신변이 확보되었다는 안도감이 함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끼들이 왜 갑자기 사라지게 된 것인지 눈치를 챘습니다. 바로 여우나 스컹크 같은 육식 동물들의 등장이였죠.


고양이를 노리고있는 여우

귀엽게 생겼고 사람을 직접 공격하진 않지만 스컹크 방귀는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이상한 것이 땅에 떨어져 있어 살펴보니 토끼 뒷다리 하나만 덩그라니 있었습니다. 여우일지 스컹크일지는 몰라도 어떤 동물이 다 잡아먹고 뒷다리 하나만 남겨둔 것 같더라고요.

가끔 이렇게 끔찍한 모습을 보기는 해도, 그래도 육식동물들의 등장이 조금은 반가웠습니다. 스컹크는 조금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늑대나 곰처럼 사람에게 큰 해가 되지는 않고, 또 마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대는 토끼들을 쫒아 줬으니까요.

하지만 어제부로 생각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육식이건 초식이건 모두 사람에게 원래 살던 터전을 빼앗긴 불쌍한 녀석들인건 같지만, 육식동물들이 많아진 것이 나쁜 측면도 있더라고요.

어젯 밤 늦은시간에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흡사 사람의 비명소리같은 이상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여우가 짖는 소리더군요.
신기해서 아래 영상을 촬영을 하다보니 사람이 지나 갈 때 마다 여우의 위치는 바뀌어도 항상 한 곳을 보고 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곳을 자세히 보니 이웃집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늦은 밤이라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다소 큰 덩치에 검은색 털과 간간히 보이는 흰색 털로 보아 이웃집 고양이 벨라인 것 같았고, 그리고 이 녀석이 덜덜떨며 웅크리고 있는 나무가 바로 벨라네 집 앞 나무이니 어느정도 확신이 생겼죠.

이미 시간은 자정인데다 제가 고양이 곁을 떠나면 언제라도 바로 달려들 것 같았고, 벨라 이 녀석은 마치 고양이 앞의 생쥐마냥 그대로 얼어붙어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는 상태라 도망도 못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전화해서 이웃집에 전화를 해보라고 했죠. 그렇게 수분이 지나자 연락을 받은 이웃이 집 문을 열고 나왔고, 벨라는 집 문이 열리자 마자 순식간에 집으로 도망 갔습니다.

여우 같은 작은 육식동물들이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혜는 주지 못하겠지만, 이처럼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 동물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어서 이래저래 반갑지만은 않네요.

특히나 집에서 멀리 나가지 않는 고양이들의 경우 벨라처럼 자유롭게 집으로 드나들 수 있게 해서 자유롭게 외출을 하는데, 이제는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려동물들의 자유가 조금은 박탈당하게 될 것 같네요. 적어도 여우들이 안보일 때 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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