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7일 월요일

휴가는 회사가 바쁠 때 내야 제맛!

안녕하세요.

어느덧 8월이 되었고, 또 제 여름 휴가가 끝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는 아쉬운 월요일입니다.

올해 초에 뉴질랜드로 휴가를 가느라 연초부터 휴가를 많이 소진 해 버려 이번 여름 휴가는 1주일 정도밖에 시간을 내지 못해서인지, 이번 여름 휴가는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휴가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휴가에 앞서 제 마음이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달 말은 회사의 플레그쉽 제품의 메이져 버전 릴리즈를 하는 날이였고, 또 이는 저희 DevOps팀에서 구축한 새로운 빌드 환경을 통해 메이져 버젼 릴리즈가 처음 되는 순간이기도 했기에 지난달과 이번달은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더군다나 휴가를 떠나기 직전에도 연초에 잡아둔 컨퍼런스에 참석을 하느라 1주일간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가족들이 캐나다에 방문하는 시기가 확정이 되지 않아 휴가 일정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이야기는 해 두었지만, 확정은 휴가로 자리를 비우는 스프린트 도중에 한 것이라 스프린트 플래닝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분에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휴가 전 마지막 날 1:1 미팅 때 매니져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휴가는 가장 중요한 것이니 부담갖지 말고 떠나고, 최대한 회사 RDP나 메일과 떨어져 지내. 그래야 충분히 리프레쉬가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나중에 언제라도 많이 피곤하다거나 잠시 휴식이 필요하면 휴가 안올려도 좋으니까 오전에라도 집에 가서 그 날 하루는 쉬어도 괜찮아."

헐... 해외로 휴가를 간다고 해도 해외 데이터 로밍은 반드시 해서 메일 자주 확인하고, 중요한 것이나 급한 메일 온 것 있으면 바로바로 답장하고, 답장을 하기 힘든 상황이나 외부에서 처리하기 힘든 일이면 바로바로 팀에 연락해서 누군가에게 전달 해 놓으라는 당부에는 익숙했지만, 가능한 일은 완전히 단절시키고 쉬고 오라는 당부라니..

사실 그 전날이 지난 회계년도 퍼포먼스 리뷰를 결정하는 날이였습니다. 제가 이민을 결정하고 캐나다로 오면서 마음 속으로 정했던 이민 5개년 계획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다지 거창한 계획은 아니였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중장기적으로 제가 이 사회에 확실히 뿌리를 박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들이였고, 또, 기존에 저희 가족이 누렸던 삶의 질과 최소한 같은 수준의 삶이 질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로 필요한 조건들이였습니다. 아직 이민 후 5년 까지는 약 1년 반 정도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저는 속으로 올 해 퍼포먼스 리뷰 결과에 따라 이 계획이 조기수립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 목표치에서 약 4.5% 정도 미달되어 살짝 기분이 좋지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너무나도 익숙하지 않은 당부를 듣고난 후에는, 심란했던 기분이 조금은 사라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휴가 첫 날만 해도 이전의 버릇과 같이 틈나면 메일함에 들어가 메일 타이틀 중 중요하거나 긴급해 보이는 내용들을 골라 읽었고, 적어도 하루에 두 세 번은 메일함에 들어온 모든 메일들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첫 날 저녁 갑자기 매니져의 당부? 가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회사 업무 관련 모든 앱들을 하나의 폴더에 몰아넣었고, 의식적으로 그 앱들에 접근을 하지 않기위해 폴더 잠금을 해 두었고, notification 설정에 들어가서도 그 앱들의 알림을 차단 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업무 관련 어플들을 막아놓고 처음 하루는 무언가 불안한 마음도 들었고, 이유없는 죄책감도 조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불안한 마음도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후부터 지금 이 포스팅을 올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거의 1주일간 제가 아무것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조차도 잊고 있었습니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니 2009년 갤럭시 1 출시 이후로는 처음으로 업무 관련된 네트워크들을 완전히 offline시킨 채 휴가를 보낸 것 같습니다.

오늘 월요일은 휴가는 아니지만 Civic Holiday 휴일인지라 아직까지 휴가 후 출근도 하지 않았고, 또 아직 아무것도 확인을 안해보았기에 이후 후폭풍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정신없이 바쁜 이런 시점에 1주일간 휴가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 남들이 바쁘건 말건 확실히 신경끄고 지낼 수만 있다면요.

마지막으로 휴가 중 찍었던 사진 몇 장 투척합니다.


Lowville Park에서 잡은 가재

Tobermory에서 배를 타고 찾아간 Flowerpot 섬

공원에서 만난 Hawk.
주택가가 아닌 공원이라 그런지 확실히 동네 hawk 보다 덩치가 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