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1일 토요일

Android Developer Interview 후기 2탄

안녕하세요.

캐나다 안드로이드 개발자의 면접기 2탄을 올립니다.

지금 직장에 다닌지 이미 2년이 되어가는데, 지금에서야 그 후기를 올리는 것은 아니고, 최근에 다른 회사의 면접을 본 적이 있어서 그 회사에서 진행했던 면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까 합니다.

이번 주에 면접을 본 것이라 아직 합격여부에 대해 답을 받지는 못했지만, 저는 확실히 "불합격"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아니합니다. ㅠㅠ 
"불합격"이 거의 확실시 되는 이런 면접 후기를 올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 회사의 Android Developer 역할과 일반적인 Android Developer의 역할간에 간극이 크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지원자의 skill set 또한 간극이 크기에, 인터뷰 내용 역시 다른 점들이 많아 2년 전쯤에 올린 제 인터뷰 후기가 일반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 한 바 있지만, 저는 지금 직장의 조건이나 제가 하는 일, 근무 환경 등등에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했을 때, 현재의 제 Job Experience는 불안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MS의 시대에서 Google과 Amazon, 그리고 최근에 Facebook로 IT 시장에서 중심축이 이동해 온 2000년대는, OS와 Client에서 서버와 오픈 클라이언트로 그 흐름이 많이 이동을 해 왔습니다. 그렇다보니 중요한 Business logic이나 데이터 핸들링, 컨트롤 등은 모두 서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client단은 서버에서 가공한 데이터를 가져와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해 졌습니다. 따로 제조사가 없는 캐나다에서 Android Developer job이라면, 결국에는 99% Android client app 개발인 것이고, Android client app에서 게임 등 별도의 UI engine을 보유한 app을 제외한다면, UI의 중요성이 가장 높은 제품이 절대 다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보니 Android Developer의 seniority를 말할 때, UI와 관련된 다양한 Know-how와 Skill, Experience가 얼마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다니고있는 회사의 flagship product는 Mobile Device Management 서비스입니다. 단말 컨트롤, 통제 룰과 정책에 대한 비지니스 로직은 서버단에 구현을 하지만, 그 정책들이 각 단말로 내려왔을때, 각 단말의 context에 따라 이 정책들을 조합하여 어떻게 어떤 기능과 HW를 컨트롤 할 것이지에 대한 know how와 skill이 Android Developer로서 갖추어야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UI요? 네, 물론 저희 제품에도 UI가 있긴 합니다만, 모든 UI mock-up을 다 합쳐도 5개 화면 정도 될 것 같습니다. UI로 보여줄 만한 내용이 있는것도 아니고, UI가 있다해도 End-user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것도 아니기에, 그 중요성이 매우 낮습니다.

사실 회사에서 어느정도 단말 UI/UX에 관심이 없냐하면... Android OS 버그로 인해 모든 버튼이 동작하지 않는 상황이 있어서, 그런 상황이 오면 마치 페이스북 메신져 처럼 어떤 화면에서건 둥둥 떠다니는 버튼을 만들어야 할 일이 생겼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져를 통해 회사 GUI팀에 이미지를 요청했고, 그 사이에 저는 일단 구현을 해야하니, 급한대로 gimp를 다운로드 받아 대충 아이콘을 만들어 기능을 구현 했습니다. 그런데, GUI팀이 요즘 Web UI작업에 한창이라 바빠서 PM도 그렇고 GUI팀도 그렇고 그냥 제가 30분 만에 만든 아이콘을 제품에 그대로 넣자고 하더군요. 헐...

현 상황이 이렇다보니, 만에하나... 현 직장이 문을 닫는다면? 제가 쫒겨난다면? 현 직장에서 이런저런 관계들이 악화되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면?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을 때, 지금의 미천한 UI Experience로는 Android Developer로서 경쟁력이 없기에, 제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되어 이직을 염두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언젠가부터 현재의 position대비 동급 수준의 '연봉/Benefit/근무환경/회사의 발전 가능성' 만 보장된다면 이직에 대해 언제든지 open mind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반년 쯤 전에도 3번 면접을 본 적이 있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detail한 technical question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단점을 부족한 UI 경험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한국 속담으로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를 학술적 용어로 하자면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일 것 같은데, 제가 딱 그 꼴이였습니다. 삼성에서도 Platform개발자였기에 UI 경력이 전무하다보니 "다양한 화면과 OS 버젼별로 다를 수 있는 widget components들 때문에 많은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UI는 그냥 노가다고, 뭐 그런 노하우야 언제든지 내가 시작하면 따라 잡을 수 있는거고, 특별한 기술과 기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무의식/의식적으로 무시했고, UI관련해서 아는 것도 없으면서 UI에 대한 '근자감'까지 있었습니다.

이번에 면접을 본 회사는 자체 서비스나 mobile client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 다른 회사의 업무용, 고객용, 판매용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개발하여 납품하는 회사였습니다. 이쪽 업계에서는 나름 콧방귀 뀌는 수준의 회사였으며, 이 회사의 규모에 맞게, 이 회사의 고객사들 역시 대형 서비스/유통업 회사였죠. 고객사의 규모가 큰 회사다 보니, 웬만한 서버단 기능은 이미 갖추고 있는 상황이지만, 보다 고객에게 쉽고/편리하고/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Web/Mobile 스토어를 만들려는 것이 고객사들의 주요 목표인지라, 이 회사에서도 가장 방점을 찍는 것은 화려하고 직관적이면서 사용에 편리한 UI 디자인과 구현이였죠. 그래서인지 기술면접의 대부분은 UI와 관련된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말 그대로 저는 영혼까지 탈 탈 털렸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제는 근자감에서 벗어나 제가 정말로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으며, 어떤 부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방향을 잡았네요.

면접 당시에 워낙 영혼까지 털린 상황이라 제대로 기억이 안나긴 하지만, 지금 기억나는 기술 인터뷰 내용을 조금 말씀드립니다. 아래 대화는 기술 인터뷰 중 일부를 재구성한 것으로 제 답변은 일부 생략을 했습니다 ㅠㅠ 너무 아는게 없어서 헛소리만 해대서요.

- 면접관: 피카소, 프레스코, 이미지로더 라이브러리들 비교를 해봐라. 어떤 문제나 장점으로 어떤 라이브러리를 선택해서 이용했었는지 말해봐라.

 둥이아빠: 셋 다 듣보잡인데???

- 면접관: 이미지 핸들링 어떻게 했나? 자체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나?, 설마... 안드로이드 비트맵 쓴건 아니지?

 둥이아빠: 다 아닌데? 우리 이미지 핸들링 할 일이 없어. 이미지 라이브러리는.... NDK 쪽에서 libjpeg-turbo C 라이브러리 쓰는거는 있어. 단말 remote control을 위해 단말에서 서버로 현재 화면 뿌려줄 때
 면접관: 헐...

- 면접관: 그래 그럼 UI 관련해서 질문 해보자. (자신의 폰에 최근 그들이 만든 명품 구두 App을 보여주며...) 여기 해쉬태그 버튼들 보일꺼야. 알파벳 순서로 정렬되어있고. 태그 종류에 따라 그 길이는 다 제각각 다르고. 지금 이 UI처럼 각각 다른 길이의 버튼들인데, 한 줄에 여려개의 버튼이 들어갈 수 있으면 다 한 줄에 표시를 하고, 한 줄에 한개만 되면 한개만 넣되 버튼들은 다 중앙 정렬되야되.
이런거 할 때 레이아웃은 어떤거 써야 할까?

둥이아빠: 흠... 글쎄? 그냥 리니어나 리스트 레이아웃으로 밖에 큰 틀을 잡고, 각 줄 마다 릴레이티브 레이아웃으로 버튼 배치하면 안될까? 사실 나 레이아웃 종류들도 다 몰라. UI쪽은 1년에 한 번 코드 볼까말까 할 수준이라. 그렇게 하면 안될 것 없을 것 같은데,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어?



- 면접관: 흠... 그럼 그냥 Material & Motion쪽으로 넘어가보자. 아, 혹시 카드뷰가 어느 OS 버젼부터 가능한지 아니?

 둥이아빠: 매 OS 발행 때 마다 변경사항 체크하지만, UI쪽은 신경 안써서... 그거 구글 나우랑 같이 소개한걸로 기억하는데... 롤리팝이던가? 마쉬멜로는 확실히 아니고.... 롤리팝에서 킷켓 그쯤 일것 같은데?

- 면접관: 뭐 그건 넘어가고.... (폰을 다시 보여주며) 여기 상단 탭하고, 하단 탭 보이지?
상단탭 1이 하단 탭 1/2/3과 엮이고, 상단탭 2는 4/5 하고 엮여있어. 컨텐츠를 좌우 스와핑을 하면 탭이 이동되는데, 탭 3에서 4로 넘어갈 때 봐봐. 상단 탭 1에서 2로 포커싱 바뀌지? 이거 어떻게 하면 될까?
둥이아빠: 흠... 난 이런거 고민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냥 하단 탭 변경될 때 상단 탭 포커싱도 같이 바꾸면 안되나? 근데 어떻게 하는지는 해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어려울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 면접관: 흠... 그래 그럼 이걸 봐봐. 좌/우 스와핑을 천천히 할테니 상단과 하단 탭을 잘 봐봐. 스와핑이 완료되지 않고 진행중일 때 하단/상단 현재 탭에 포커싱 되어있다는 표시가 점점 옅어지면서 그 옆에 탭으로 포커싱이 이동되고 있는 게 보이지? 이건 어떻게 구현할래?

둥이아빠: 흠... 글쎄 이 역시도 고민 해 본 적도 없고 생각 해 본 적도 없어서. 이거 그냥... 흠... 카트 스타일 위젯을 쓴 적도 없고 좌우 스와핑 UI 이벤트 역시 해 본 적 없어서 이 프로그레스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잘 모르겠네. 1시간 정도 주어지면 앉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면 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긴 한데...

- 면접관: 헐... 그럼 좌우 말고 내가 상하로 가볼께. 컨텐츠 영역을 위로 올리면, 여기 봐봐, 상단 탭이 배너를 먹고 들어가면서 점점 컨텐츠 영역 디스플레이가 넓어지지? 그리고 다시 내리면 배너가 나오고. 이런건 어떻게 할까?

둥이아빠: (이젠 포기모드) 나 진짜 1시간 주면 할 것 같은데? 지금 말하라면 모르겠어

- 면접관: (면접관도 포기모드인듯...) 너 진짜 UI 모르는구나? 
 그럼 이거봐봐 (점점 면접 모드에서 자기 제품 자랑모드로 변경) 
 카드에서 좌우 스크롤하면 탭 이동이지? 근데 카드에서 이쪽에서 터치해서 좌우 스와핑하면 컨텐츠 삭제야. 이건 어떻게 할까?
컨텐츠 삭제할 때 카드가 날아가는 UI 이펙트가 이런 식이야. 이런거 만들 수 있겠어?
컨텐츠 카드 선택하면 그 컨텐츠가 전체화면으로 나올꺼야. 그런데 이거봐봐. UI 이펙트가 이렇게 들어가. 이건 어떻게 할까? 라이브러리 쓸까? 안드로이드 자체로 이런게 될까?, 여기 네비게이션 패널하고 컨텐츠가 이렇게 서로  상호 연동이 되는데...
등등...

둥이아빠: 몰라, 몰라, 몰라, 야~ 이 앱 이쁘다~. 몰라, 몰라..... (완전 포기하고 어떤 것을 내가 공부해야 할 지 보는것에 집중)

참... 이거야 정말 제 이야기이지만, 제가 봐도 답답할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제가 모른다는 것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안드로이드 공식 리퍼런스의 디자인 파트 페이지를 열면 딱! 나오는 내용들일 정도로 기본중에 기본인 내용들이더군요. https://developer.android.com/design/index.html
저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이런 페이지가 있는지조차 사실 알지 못 할 정도로 단 한번도 UI를 심도있게 공부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 자신감이 100%에 이르고, 아는게 많아질 수록 자신감은 떨어지다가 어느 수준에 이르르면 다시 지수함수 형태로 자신감이 올라가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라도 자신감이 100%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Dunning-Kruger effect. 이건 정말 사실이였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UI는 무시했고, 그냥 "난 다 할 수 있어" 라는 자만심에 빠져 아무런 대비도 없이 면접에 나갔던 제가 잘못을 한 것이죠. 더구나 복잡한 비지니스 로직 보다는 화려하고 안정적이고 직관적인 UI가 사업의 핵심인 회사에 지원을 했으니...

그 동안 다른 면접을 봤을 때만 해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UI와 관련된 질문을 받기 보다는, 프로젝트 설계나, 데이타 커뮤니케이션 구현 등 현재 제 업무와 비교적 유관한 분야만 질문을 받았었는데, 진짜 순도 100% UI 질문 공세를 받으니 말 그대로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UI를 해야겠다' 라는 것 까지만 인지하고 있었던 제가, 이제는 'UI에 대해 난 하나도 모르는구나. 내 스스로라도 좀 공부를 해서 뭐라도 하나 만들어보고 경험 해 봐야겠다' 라는 것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다가올 이직의 순간에 대비하고자, 앞으로 https://developer.android.com/design 에 보이는 모든 레이아웃과 모션들이 적용된 샘플 앱을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API와 SDK가 비교적 잘 되어있는, Facebook이 그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근 하네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제가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했던 UI들과 비슷한 기능들을 좀 넣어보려고요 ㅋ

아, 지금 저의 자신감이요??? 이젠 0%! 바닥을 쳤습니다. 제 헤드헌터에게 다시 연락이 온다면, 그냥 당분간 난 이직 생각 없으니 전화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야겠어요 ㅎㅎㅎ

2017년 1월 7일 토요일

Christmas and New year vacation

어느덧 2017년이 되어 블로그를 시작한지 벌써 2년이 꼬박 지나갔군요. 아직 많이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몇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2달 정도 블로그가 뜸했는데요, 2017년 업무목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능한 연말 휴가 전까지 끝내고 싶은 마음에 연말에 회사 일에 조금 집중을 했었고, 크리스마스 전부터 어제까지는 오래간만에 부모님을 뵈러 New Zealand에 여행을 다녀오느라 포스팅이 없었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딱히 주제는 없고 그냥 여행중에 들은 생각들에 대해 잠깐 적어볼까 합니다.

이번 여행은 본의아니게 이민 복기 여행이였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뉴질랜드는 최초 이민 목표 국가였고, 중간 경유지였던 벤쿠버는 캐나다 이민을 결정한 후 잠시 고민했던 랜딩 지역이죠.

중간 경유지인 벤쿠버에서 경유 대기시간이 8시간이 조금 넘었기에, 벤쿠버 다운타운으로 나가 이전에 살던 아파트도 가보고, 학생 시절에 돈이 없어서 혹은 아까워서 잘 가지 못했던 식당에도 다시 한 번 가보고, 매일 걷던 Davie street와 Robson street, 그리고 제가 다녔던 학교 캠퍼스 앞에도 잠시 가봤습니다. 1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벤쿠버 다운타운 쪽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기에 다행히 도보로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면서 길을 헤매는 일은 없었습니다. 변한 것이라면 아마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는 벤쿠버의 주택 가격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하긴 그 때에도 벤쿠버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라고들 했으니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은 그대로겠죠.

하지만 벤쿠버를 바라보는 저의 마음, 그리고 제 아내의 마음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민을 오기 전, 정착지를 정할 때 저는 벤쿠버 인근과 토론토 인근, 두 지역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일자리 시장은 벤쿠버에 비해 토론토가 더 크다지만, 시장이 큰 만큼 더 많은 인력이 있을 것이고, 시장이 작은만큼 더 적은 인력이 있을테니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무래도 잠시나마 정을 붙였던 곳이기에 벤쿠버에 대한 애정이 조금 더 컸죠. 사실 토론토 쪽에 온 이후에도 주택문제만 어떻게 해결 되고, 벤쿠버쪽 회사에서 오퍼만 온다면, 벤쿠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간간히 하기도 했고요. 학생 시절에는 차가 크게 필요도 없었고, 차를 탈 만한 여유도 없었기에 대중교통 이용이 (비교적) 편리한 다운타운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 렌트를 하며 살았습니다. 당시에는 다운타운에서 삶이 참 좋았죠. 아파트 바로 앞에는 해변이 있고, 해변을 따라 조금 뛰면 벤쿠버가 자랑하는 Stanley Park가 있고, 조금만 걸어가도 Safe way 같은 마트와 커뮤니티 센터같은 편의 시설들이 있기에 학교 통학하고, 장보고, 운동하고 놀기에 최적의 조건이였습니다. 또 스키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차로 30분만 가도 스키장들이 있고, 2시간만 가면 세계 최고의 스키장인 Whistler Blackcomb 스키장이 있었기에 겨울철 주말만 되면 Greyhound버스를 타고 스키장으로 향했던 행복한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다시 벤쿠버를 가보니 벤쿠버로 가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운타운에 제가 살던 곳을 다시 가보니 아이 교육을 위한 환경은 아니였습니다. 우선 주택 밀집지역이 아니기에, 도보로 통학 가능한 학교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도보 통학이 어렵다면 차량이 필요한데, 벤쿠버의 오래된 아파트에는 주차장이 그다지 여유가 없고, 있다해도 주차장 렌트비가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주차장을 구했더라도, 오래전 형성된 도시이기에 길이 좁고 막힙니다.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가려해도 골목마다 홈리스들이 한명씩은 있습니다. 예전에도 홈리스들을 많이 봐왔지만, 최근 신종 마약의 과복용으로 인해 하루에 벤쿠버에서만 열댓명씩 사망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봐서인지 무언가 더 불안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벤쿠버는 겨울철 내내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내려봐야 부슬비 수준이라 강수량을 높지 않겠지만, 하루 종일 흐리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죠. 제 아들이 벤쿠버 길을 거닐다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옥빌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서 밖에 나가 눈썰매도 타고,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노는데, 벤쿠버엔 비만 내리고, 비싸움이나 비사람이나 비썰매는 없으니 여기서 살면 놀게 없어서 심심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 뿐 아니라 저와 제 아내 역시 이런 비오는 날씨가 달갑지 않았습니다. 10여년 전 피끓던 20대 시절에는 문제없던 날씨였지만, 영상 1~10도 언저리의 기온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다보니, 영하 10~20도의 토론토 겨울철에도 느끼지 못했던 뼛속이 시린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토론토는 그래도 상점들과 건물들의 난방이 잘 되어있다보니, 카페나 상점에 들어가 몸을 녹이면 됐는데, 벤쿠버는 본격적인 난방을 하기에는 또 애매한 날씨라 간간히 카페에 들러 커피와 핫쵸코를 마시며 몸을 녹이는데도 추운 기운을 느끼게 되더군요.

다운타운을 벗어나거나, North Vancouver, Richmond, Burnaby, Coquitlam, Surrey 등지의 residence area로 가면 학교도 많고, 환경이 나아지기는 하지만, 하루종일 해가 뜨지않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피하기 힘들고,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 벤쿠버 인근지역 주택가격은 제가 감당 할 수준이 아니였습니다. 집을 구했다 해도, 지금 살고있는 집보다 더 좁고, 낡고, 더 외곽에 위치한 안좋은 집이였을 것이고요.

그렇게 벤쿠버와 8시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 뉴질랜드로 갔습니다.

뉴질랜드에서 2주간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뭐 말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뉴질랜드에서 지내며 느낀 몇가지가 있어서 적어봅니다.

1. 해산물. 우왕굳!
바다가 없는 온타리오 주에서 살다가 섬나라 뉴질랜드, 그 중에도 동서로 해안을 끼고있는 Auckland로 가보니 마트마다 해산물이 넘쳐나고, 식당에서 서빙되는 해산물들의 맛이 아주 일품이더군요
2. 운전하기 불편해
그 전에도 부모님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느꼈지만, 우측 운전선과 좌측통행 차선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네요. 차선과 운전 감은 그래도 조금 지나면 그럭저럭 괜찮은데, 여행 마지막 날 까지 계속 헷갈린 것은 깜빡이와 와이퍼입니다. 보통 깜빡이는 핸들 좌측, 와이퍼는 핸들 우측인데, 뉴질랜드 차들은 차종에 따라 그 위치가 제각각 입니다. 어머니 차와 아버지 차가 그 방향이 서로 반대인데, 깜빡이를 켜려다 와이퍼를 켜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고, 심지어 캐나다에 돌아와 제 차를 운전하는데 다시 또 헷갈리네요.
3. 물가, 집값 더 비싸, 너무 비싸!!!
캐나다에서는 해외 투자자(특히 중국 투자자)들로 인해 Vancouver의 주택 가격에 너무나도 심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Auckland에 비하면 세발의 피 입니다. 이민 행선지 고민을 할 때만 해도, 피부에 와닿는 것이 아닌 단순한 숫자이기에 그저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은 정말 Auckland의 주택 가격은 무시무시하다는 것이였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아파트/콘도 렌트비를 보통 월 단위로 계산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2주 단위로 지불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크기/조건의 토론토와 Auckland 아파트 렌트비를 비교해 보자면, 토론토의 월 렌트비가 Auckland의 2주 렌트비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제가 토론토에 도착해 가족들과 함께 살 아파트 렌트 계약을 마치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제가 말씀드린 렌트비가 2주치 렌트비인 것으로 생각을 하셨었죠.
집값 뿐 아니라 전반적인 물가 역시 캐나다에 비해 많이 높았습니다. 이 역시도 이전에 부모님 집을 방문 할 때 마다 느꼈던 것이지만, 원화와 달러화의 차이로 인한 착시도 있거니와, 당장 제 피부로 느끼는 것이 아니기에 지나쳤던 것이지만 이번에 다시 돌아보니 물가가 참 비쌌습니다. 식당 메뉴판 가격에서 세금과 팁을 추가로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그 절대적인 숫자 자체가 높고, 마트에서 파는 빵/우유/그로서리 등등 생필품 가격 역시 캐나다의 그것 보다 많이 비쌌습니다. 가장 가격 차이가 심하게 나는 것은 공산품이였는데, 제가 도착한 다음 날이 Boxing day라 부모님께서 필요하신 몇몇 전자제품들을 사러 나갔는데, Boxing day 세일을 해도 가격이 캐나다의 그것 보다 작게는 30~40%, 많게는 두 배 이상 비쌌습니다. 어머니께서 몇 달 전에 신차를 뽑으셔서 차량 가격 역시 이것 저것 알아봤는데, 차 가격 역시 50% 정도는 캐나다보다 더 비쌌고요.
4. 멋지다, 예쁘다, 그림같다!
캐나다도 자연환경이 참 좋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온타리오주 지도에서 등고선을 보자면, 마치 다리미로 잘 다려놓은 손수건 마냥, 죄다 평지입니다. 아주 낮은 언덕? 몇개 정도와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호수들 만 있죠. 그렇다보니 깨끗하고 맑은 자연은 있지만, 언덕과 굽이치는 계곡이 만들어내는 멋진 자연 경관은 조금 부족합니다. 그에 비하면 Auckland는 깨끗하고 맑으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서 양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어 곳곳에 아름다운 해변들이 즐비하고, 가는 길 마다 굽이굽이 언덕과 산, 초원과 계곡이 있어 정말 그림같은 전경이 펼쳐집니다. 덤으로 제가 겨울에서 여름으로 건너뛰었기에따스한 햇살과 푸른 하늘을 제공해 준 날씨는 뉴질랜드의 자연을 더욱 더 포근하게 만들었습니다.
5. 영어 어렵다...
영어 원어민이라면 뉴질랜드 영어는 정통 영국 영어와는 다르게 들리겠지만, 그저 서바이벌 영어 수준인 저로서는 뉴질랜드 영어나 영국 영어나 그 발음과 억양이 똑같다고 느껴집니다. 지난 3년간 캐나다 영어만 접하며 (아니 사실은... 러시아/인도/이란/중동/중국 이민자 영어) 살아오다가 뉴질랜드에서 영국식에 가까운 영어를 들으니 정말 어렵네요. 억양과 발음도 그렇고, 몇몇 서로다른 어휘들 또한 익숙하지 않아 잘 들리지 않고요. 가이드 투어를 하면서 어머니께서 동시 통역을 부탁하신 적이 있는데, 도저히 제가 감당 할 수가 없었습니다.
6. 캐나다보다 더 여유있는 삶?
뉴질랜드에서 가장 번화한 Auckland라고 하지만, 생활양식은 캐나다 중소도시와 비슷합니다.
식당들은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의 점심시간, 오후 5시~8시 저녁 시간에만 영업을 하며, 7시 30분쯤 되면 주문 마감을 받습니다. 대부분 상점들 역시 빠르면 오후 5시, 늦어도 8시면 문을 닫았고요. 그렇다보니 오클랜드 인근에 관광/여행을 갔다가 식사시간대를 놓치면, 식사를 하기 위해 갈 수 있는 식당들이 햄버거, 핏자, 케밥과 같은 종류로 제한되었고, 집으로 너무 늦게 돌아오면 마트들이 문을 닫아 다음날 아침 식사를 위한 장을 보지못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식당들은 크리스마스 때 부터 1월 중순까지 3주 정도 휴가로 문을 닫기도 해서 몇몇 부모님 동네의 맛집들은 저희가 가볼 수도 없었습니다.

7. 캐나다로 오기를 참 잘한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벤쿠버와 오클랜드를 다니며 저와 제 아내는 본의 아니게 날씨, 주거환경, 물가 등등 모든 면에서 의도치 않게 지금 살고있는 지역과 비교를 하게 되었고, 몇번씩 토론토 쪽으로 이민오기를 잘했다고 서로 이야기 했습니다.

날씨는 분명히 개인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원래 추위를 타는 체질이 아니였지만, 아이들과 제 아내는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처음에 토론토 쪽으로 오는 것을 조금 망설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1년 정도 지난 후, 아내와 아이들 체질이 많이 바뀌어서 오히려 저보다 추위를 안타기에, 덜 추워도 비오는 날씨는 저희에게는 이제 큰 메리트가 아닙니다. 덜 춥기에 난방과 방한이 덜 되는 주택 때문에 오히려 여름철인 오클랜드의 새벽/저녁과 비오는 벤쿠버가 토론토보다 더 추웠습니다.

주거환경은 뉴질랜드도 집이 비싼 것 빼면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집 자체를 놓고 보자면, 이미 방 수는 적어도 넓은 캐나다식 집에 익숙해서인지, 좁아도 방이 많은 뉴질랜드의 집이 조금 답답해 보였고, 이미 지하실 전체를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꾸며 놓아서인지, 지하와 2층이 없는 뉴질랜드의 단층집은 무언가 실내 공간이 부족한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방한/난방 설비가 부족해 여름이라도 새벽에는 찬공기가 느껴지는 뉴질랜드 집 보다는, 창이 좀 좁아도 방한이 잘 되어 따뜻한 캐나다 집이 더 좋았습니다.

물가와 생활비는 어찌보면 이민을 결정함에 있어서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경제용어를 잘 모르지만 구매력 지수라고 하던가요? 물가가 2배 높다고 해도 임금을 2배 이상 받는다면 실질적인 구매력은 오히려 더 높을 수 있고, 체감 물가는 낮게 느껴질 것입니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minimum wage는 시간당 $15.25로 캐나다 온타리오의 $10.70 대비 40% 이상 높습니다. 그러니 최저임금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면 이곳보다 물가가 비싼만큼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기에, 현지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생활한다면 양국간 실질 구매지수 차이는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국민이 아닌 이민자에게는 임금 수준과 무관하게 절대적인 물가 수준의 중요성이 결고 낮지만도 않습니다. 이민 초기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잡기 전까지 좋건 싫건 한국에서 준비해 간 자금을 냐금냐금 까먹으면서 소비생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주권을 받아 이민을 간 경우라면, 그나마 서빙이나 일용직 같은 서바이벌 쟙을 통해 생활비의 일정부분 충당을 할 수라도 하며 버틸 수 있지만, 영주권을 받기위해 스터디 퍼밋 등으로 먼저 이주를 한 경우라면, 학교졸업 + 구직까지 최대 수년간 only 소비 생활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수록 줄어드는 잔고를 보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밖에 없고, 마음이 약해지면 향수병이나 진짜 질병이 생겨 안정적인 정착에 방해가 되겠죠. 심리적인 문제를 떠나 실질적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민을 위한 정착, 혹은 이민 후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입(직장)을 찾을 때 까지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늘리거나, 혹은 수입원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소득/지출의 불균형 기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합니다. 소득 only가 가능한 기간이 충분히 길다면, 사실 이민을 간 후에 놀고먹어도 될 것이고, 적당히 길다면 이민 후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재투자 (2nd career를 위한 교육 등)를 할 여유가 있을테니 보다 성공적인 정착의 가능성이 높을 수 있고, 너무 짧다면 영주권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엔 충분한 소득원 확보를 하지 못하여 이민 후에 오히려 더 어려운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소비에 걸맞는 소득을 올리기 어렵거나 할 수 없는 초기 이민자에게 물가라는 요소는 결코 사소한 문제만은 아니기도 하죠. 그래서 저도 이민 대상 국가를 결정하기 전에 각 국의 부동산 정보 사이트나 대형 마트 웹 사이트와 전단지/쿠폰 서비스 사이트 등을 통해 물가 수준을 확인 하여 예상 생활비 내역을 뽑아 제가 가진 자본으로 버틸 수 있는 예상 기간을 확인 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전에도 한 번 포스팅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뉴질랜드나 호주로 선택하지 않은 여러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물가-연봉 상관관계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으로 비교하자면 물가-임금에 문제가 없지만, SW Developer만 놓고 보자면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생활 물가는 캐나다 대비 월등히 비싼데, SW Developer라는 직업군의 임금으로 보자면 뉴질랜드는 오히려 캐나다보다 조금 낮았고, 호주는 크게 높지 않았습니다. 벤쿠버와 토론토로 비교 해 보아도, 주거비로 인해 벤쿠버에서 생활비가 더 필요할텐데, 벤쿠버-토론토 간 SW Developer의 임금 격차는 거의 없었고요. 모르긴 몰라도 제가 워낙 두부멘탈인지라, 만약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Auckland에 정착 했더라면 아마도 직장을 구하기 전에 줄어드는 잔고에 조급한 마음이 생겼을 것이고, 그 조급함에 SW Developer를 다시 하기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기 보다는 당장 생계를 위한 일자리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여행 기간 중 찍은 사진 몇 장 간단하게 올려봅니다.
12월/1월의 여름을 감상 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