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3일 일요일

잡다한 이야기들

제가 이민자 신분으로 살다보니 이민에 대한 이야기가 엮일 수 밖에 업지만, 오늘은 이민 자체 보다는 좀 개인적인 생각 등 잡다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최근 여러나라 정치권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건들이 있었네요.

미국 공화당 트럼프 대선 경선 후보의 반 무슬림 발언, 뉴질랜드 국회에서 한국계 국회의원이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망언을 들은 것, 그리고 이자스민 의원의 쵸코바 사건입니다.

이미 19대 국회 시작 때 부터 간간히 터져 나오다 지난 해 이주 아동 권리 보장 기본 법안 발의를 기점으로 소소한 일에도 지역/세대/이념에 무관하게 지속 적으로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비난이 지속적으로 나오더니 며칠 전 다시 한 번 쵸코바와 게임으로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더군요.
물론 쉬는 시간 이라지만 의장 내에서 게임을 하고 쵸코바를 먹은 것은 잘못된 일이긴 하겠지만, 이건 말 그대로 소소한 실수 내지는 실책 정도라고 보이는데, 다른 심각하고 중요한 정치 문제와 정치인들의 잘못 보다 더 많은 클릭수와 댓글수를 보입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이자스민 의원이 범한 실책 자체에 대한 질책보다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난하는 혐호성, 인종 차별적 댓글들이 줄지어 달려듭니다.

누군가 그랬죠. 오유와 일베가 대동단결 되는 몇 안되는 순간이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비난의 순간이라고요. 단순 댓글을 통해서만 한국의 분위기를 접하기에 왜곡된 정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타민족 배타성이 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배타성이 더 심화된 이유가 국민 개개인의 삶이 힘들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는 것이죠.

이자스민 의원이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융단폭격을 받기 시작한 사건은 아마도 작년 이맘때 쯤 발의한 이주 아동 권리 보장 기본 법안이겠죠. 이 법안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오해 같은 것들은 일단 차치하고, 이주 아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용력이 참 문제가 있는 것 같더군요.

부모의 신분이 불법체류건 취업비자건,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아이들에게는 사실 엑소 멤버 이름이 모국의 대통령 이름보다 친숙할 것이고, 모국어로 읽고 쓰고 대화하기 보다는 한국어로 읽고 쓰고 대화하는 것이 편하며, 모국 음식 보다는 친구들과 같이 먹는 한국 분식을 더 좋아 하는 한국의 시스템과 사회에 길들여진 한국 아이들입니다. 안그래도 인구 감소와 노동인구 감소에 대해 걱정하면서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 하며 단계적으로 포용 할 것인지 고민하기 보다는 이 아이들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제도의 법제화에 대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악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게 참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어짜피 지금도 부모의 신분이 무엇이건 그 아이들은 한국에서 성년이 될 때 까지 공교육을 받으며 자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성년이 되어 모국으로 내쫒기게 되었을 때, 과연 그 아이들이 한국을 잘 알고 이해하기에 한국을 돕는 외교사절 역할을 할까요? 아니면 한국을 경멸하고 증오하며 어떻게든 깎아 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사람이 될까요?

중장기적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세우면서 이미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고, 한국인과 같이 자라난 아이들을 단지 피부색이 다르고,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과학적으로 한국은 이미 다양한 계통의 피가 섞인 민족임에도 순혈주의라는 정책이 법 곳곳에 묻어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미 법적으로는 사라졌지만, 문화적으로만 남은 호주의 백호주의에 대해 인종 차별적인 안좋은 문화로 보면서, 한국의 각종 한민족/순혈주의 정서가 내재 된 법과 문화에 대해서는 그냥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우리 문화가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아시아권에서는 한류의 영향도 있고, 몇몇 글로벌 기업들의 약진으로 우수 인재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일 기회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외국의 우수 인재들이 한국에 오래 머물고 우리 국민이 될 수 있도록 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속상한 이야기이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한국인의 관념 속에는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계 민족, 그리고 중국인에 대한 은근한 무시와 차별적인 마인드가 있으며, 한민족 한겨례를 좋아하면서도 심지어 같은 민족인 조선족에 대해서도 대놓고 무시하는 언행을 서슴치 않으며, 헐리웃이 심어준 무슬림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혐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에 캐나다에서 매 년 2만 5천명 씩 받기로 한 시리아 난민 중 첫번째 그룹 190여명이 토론토에 랜딩하여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랜딩하는 공항에 캐나다 총리가 나와 난민 가족 하나 하나 만나며 그들에게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여기가 이제 너의 새로운 집이다 라고 인사를 했죠. 총리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도 그들을 좀 더 따뜻하게 환영해 주기 위해 여러가지 작은 행사나, 거리 환영, 혹은 모금 행사나 자원봉사를 자청하여 나서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가 넘는 실업률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조금 더 남을 배려하고 보듬어주려는 캐나다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우리 한국에서도 조금은 배우면 좋겠습니다.

2015년 12월 7일 월요일

Express Entry, Comprehensive Ranking 계산기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CIC 홈페이지에 Express Entry comprehensive ranking을 계산해주는 툴이 있었네요.

http://www.cic.gc.ca/english/immigrate/skilled/crs-tool.asp

나이, 학력, 경력, 어학 점수 등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점수 계산을 해서 보여주며, 각 Section 별 몇 점인지도 보여줍니다.

이걸 돌려보고서야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제가 Section C Skill transferability factors 부분을 조금 잘못 이해하고 있었네요.
올해 초에 EE 처음 시행되었을 때 친구 EE점수를 계산하며 재미삼아 제 점수도 같이 계산 해 보았을 때 350점이 안되는 점수가 나왔었는데, 오늘 계산기에 넣어보니 100점이 넘게 올라가네요.

물론 그 사이에 학력 면에서 컬리지 졸업장을 받아 학력이 강화되었고, 누적 캐나다 근무 경력도 1년이 넘었기에 점수가 상승한 면이 있지만, Section C 부분을 잘못 계산했던 것과, 학력과 경력 추가로 인해 역시 Section C에서 가산점이 많이 붙은 것이 큰 요인이네요.

Section C를 보면 자격증 관련 항목 하나와, 교육과 경력 각 2개의 항목이 있는데, 저는 이 항목들 중 한가지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네요.

각각의 항목에서 다 점수를 계산하되, 모든 항목의 점수 합이 100점이 넘지는 못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Section C에서 25점으로 알고있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100점이 나오네요.

학위 두 개 이상에 캐나다 경력 1년 이상이고 어디서건 근무 경력이 길게 있으면, Section C 부분에서 가산점을 많이 받을 것 같네요.

한국에서 학사 졸업 후 캐나다 컬리지 졸업이 추가되고, 캐나다 근무 경력이 1년 이상이고, 한국에서 경력이 좀 된다면  Section C 부분에서 가산점이 크네요. 하지만, 최고점 100점으로 제한이 있기에 그 이상 경력을 더 쌓는다 해도 점수가 더 이상 상승되지는 않고, 오히려 나이 점수에서 매년 5점씩 깎이기만 할 것 같습니다.

2015년 12월 4일 금요일

좋은 매니져, 좋은 친구, 그리고 싫은 동료

전에 여기 매니져가 하는 일이 한국과는 좀 다르다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지금 10달 째 같이 일하고 있는 우리 팀 매니져 자랑을 좀 해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는 잦은 이직을 하면 커리어의 단점이지만, 여기에서는 이직이 없으면 오히려 단점이죠. 그런데 그리 좋은 연봉이나 조건이 아님에도 6년째 한 회사에 다니는 분께서 매니져가 너무 좋아 계속 같이 일하고 싶어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이게 뭔 소리인가 했는데, 지금 매니져와 계속 일을 하면서 저도 어느정도 그런 마음이 생기긴 합니다.

부모 잘 만나면 금수저라고 하는데, 저는 여기에 와서 메니져를 잘 만난 개발자이니... 금수저 보다는 금 키보드? 개발자 정도 될 것 같네요.

한국에서 같이 일 한 모든 메니져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회사 생활의 많은 기간을 썩 좋지 못한 메니져와 함께 일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 누리지 못했던 메니져 복이 묵은지가 되어 캐나다에서 한번에 터진 것 같아요.

사실 한국식 매니져도, 서구식 매니져도 서로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제가 함께 일하는 매니져는 양쪽의 장점들이 살짝 섞여있어서 특히나 동양 문화권에 익숙한, 아니 솔직히 뼛속까지 한국 사람인 저에게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얼마 전 새해를 맞이하여 회사 내에서 조직 및 인력 개편이 있었고, 저는 신규 개발쪽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간 함께 일했던 매니져와 작별을 하게 되었죠.

이 매니져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겠지만 그의 장점들을 나열해 보면 아래 정도 될 것 같네요
- 업무 지시에 명확한 우선 순위가 있음
- 스마트해서 저의 후진 영어도 잘 알아들을 수 있음
- 업무에 대해 책임질 줄 앎
- 자기 식구 챙길 줄 앎
-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 않음
- 자신이 틀린 것에 대해 인정할 줄 앎
- 감사함을 표시할 때 주저함이 없음
- 업무 뿐 아니라 개인사에 대해서도 충고나 조언을 아끼지 않음
- 충고나 조언은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음
-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있음
- 개인 의식 보다는 팀 의식이 강하나 팀웍을 강요하지 않음
- 팀 의식이 강해서인지 종종 팀빌딩 행사를 하는 것을 좋아함
- 자기 자신과 성과에 대한 포장과 PR을 하지 않아도 팀원의 실력과 성과를 잘 알아서 인정함
- 팀 내 성과에 대해 외부에 잘 알리고 홍보함

원래부터 신규 개발이나 리팩토리 팀에 가고 싶었기에, 팀 변경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막상 매니져가 변경된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저를 고용한 것이 이 매니져고, 제가 요청한 적도 없고 규정상 되는 것도 아닌데 먼저 알아서 제 연봉을 올려준 것 역시 이 매니져였고, 이미 친해진데다 같이 일하기 편해서 다른 매니져와 일하는 것은 어떻지 살짝 걱정이 되었죠.

매니져가 더욱 더 소중하게 느껴지게 된 일이 또 있었습니다.
며칠 전 팀 동료 중 한명이 아침 일찍 저에게 잠깐 이야기 하자며 부르더군요. 꽤 오랜 시간을 이야기 했지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너의 단점은 험블한 자세다. 동양 문화권과 달리 여기서 겸손하게 굴면 너를 실력이 없는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할 것이다. 네 문화에서 살짝 거만하다고 볼 정도로 네 스스로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네가 한 업적들을 외부에 많이 알리고 자랑하고 너의 시간과 리소스를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이 나눠주지 말아라.

그러면서 지금 매니져는 네가 험블하게 굴어도 험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 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으니 새 팀에서 계속 자리를 잡고 성장하려면 험블한 자세를 조금은 버리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매니져 복 뿐만 아니라 동료 복도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좋은 동료만 있는 것은 아니긴 하죠. 조금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 될 수도 있지만, 싫은 동료도 역시 있고, 위에 이야기 한 일과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어 적어봅니다.

얼마 전에 인도인 개발자 한 명이 새로 팀에 죠인을 했습니다. 경력은 토론토에서 대학교 다니면서 인도 회사에 프리랜서로 2년 정도 일 한 친구죠.
머리에 터번, 손에는 은인지 스댕인지 철인지 모를 은빛의 팔찌...
저는 시크교인의 복장으로 아는데, 어떤 분들은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아 정도 높은 신분인 사람의 복장이라고 하더군요. 혹시 정확히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세요 ^^;;

어쨌건, 신분 때문인지, 인도 전반적 문화인지, 개인적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거만합니다. 여기에 와서 만났던 많은 인도인 친구들이 모두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인도 친구들 중에 조금 거만하고, 자잘한 잔일에는 자기 손을 절대 안대는, 그런 친구들이 많았는데, 새로 온 개발자 역시 좀 거만하고 이상하게 자잘한 일들을 저에게 부탁아닌 부탁을 하더군요.

예를 들어 처음 팀에 합류해서 개발 환경을 설정해야 하기에 관련 매니져가 관련 메뉴얼을 던져 주었는데, 개발환경 설치 시 발생하는 에러 하나하나를 저를 불러 수정하려고 덤벼듭니다. 컴파일 에러나 링크 에러가 생겨도 저를 붙잡고 늘어지고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테니 하나 씩 봐줬는데, 왠지 괴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이런 단순한 설치 문제 같은것은 구글링 해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얼마 전 부터는 무슨 오류가 생겼는지 물어보고, 제가 경험한 적 없으면 구글링 해보라고 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저의 큰 오산이였죠. 앞에서 부탁아닌 부탁이라고 말 한 이유가 있는데, 제가 직접 그 친구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언가 액션을 취하기 전 까지는 제가 무어라 대답을 하건 계속 저에게 말을 합니다.

  "이거 안되", "뭔지 모르겠어", "와서 한번만 봐봐", "너 아는 것일 수도 있자나", "일단 와서 보라니까"...

으아아아... ㅠㅠ

 며칠 전에는 불쑥 제 자리로 찾아와 파일명 하나 불러주고 보라고 합니다.
 파일을 열어보니 제가 몇 달 전에 짠 코드더군요. 여러가지 제약사항들로 인해 그리 깔끔하게 만든 코드는 아니지만, 나름 회사에서 1년째 묵혀오던 문제점을 수정한 코드라 제 새끼나 다름없는 녀석이죠.
 그러더니 저에게 이거 너무 이상하다. 비효율적이다. 디자인 패턴이란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왜 이렇게 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고민 없이 그냥 본능적으로 만든 것 같다. 코드 리딩하기 힘든게 아니라 싫어져서 그러는데 무슨 구조인지 설명을 해 줄 수 있느냐 이런 것들을 물어보더군요.

 속에서 열불이 올랐지만, 제가 그 개발자라는 것을 모르고 그랬을테니, 누그러트리고 설명을 해주고, 관련 설계 문서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도 같이 알려줬습니다.
 나중에 더 화가나는 것은 다른 팀원이 말하길 그 전날 자기에게 찾아와 이거 누가 만든건지 물어보고 가기에 저라고 알려줬다고 하더군요. 으.....................

 그리고 다음 날 스크럼 미팅을 하는데, xxx 모듈이 너무 어지럽고 엉망이라 내가 이거 개선하고 특정 타깃 모델이 아니라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코드로 바꾸겠다. 이런 코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떠들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이런저런 제약사항으로 깔끔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앞에서 말한 바 있듯, 정말 구조가 복잡하고 어지럽긴 합니다. 원래 깔끔한 구조의 코드였으나, 안드로이드 OS 업글이 되면서 생긴 제약사항 등으로 여러가지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구현된 기능이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프로덕트에 반영하기 전 다른 시니어들과 같이 연구도 많이 해봤고, 코드 리뷰도 2차례나 받아가며 넣은 코드이긴 합니다.

 그래도 정말 무언가 획기적인 방법으로 개선이 된다면 당연히 좋은 것이기에 그 날 오후 그 친구를 찾아가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 물어 보았습니다.
 결국 그 답은... 우리의 원래 코드와 유사한 구조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할 경우 어떤 문제들이 있었고, 각각의 문제를 수정하기 위해 어떤 코드들이 생겨난 것인지 설명을 다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답은.

  "원래 뭐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일 와서 봐봐. 내가 다 고쳐놓을께."

 이런 respect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 같으니... 그래도 지금 코드가 제 새끼지만 무언가 항상 불안한 내 새끼인지라 정말 방법이 있다면 한번 고쳐 보자는 생각으로 놔뒀죠.
그렇게 지금 1주일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까지 커밋한 코드도 없고 별다른 말도 없습니다. 아마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스크럼 미팅 때 갑자기 또 다른 화두를 던지는 것을 보니, 이건 조용히 혼자 포기하고 넘어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흉 볼 만한 일은 아니지만, 팀에 갓 합류해서 마땅히 한 일도 없으면서 자기 치적 자랑은 엄청 잘합니다. 어떤 면에선 그런 그들의 모습이 조금 부러울 때도 있죠. 하지만 정말 어이가 없었고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자기과시 사례도 있었죠.
 제가 옆 동료 코드를 리뷰해주고 있었는데, 그 인도 친구가 지나가다 보면서 옆에서 한가지 훈수를 두더군요. "이렇게 하면 더 좋을꺼야, 그게 더 좋을것 같으니 그렇게 바꿔"
 그러더니 팀 미팅에서 자기가 한 일 중에 하나라 어떤 어떤 모듈 가독성과 성능 개선에 대해 자기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라고 자기가 한 일 중 하나로 이야기 하더군요.
 일단 그 친구는 코드리뷰를 할 수 있는 권한자도 아니고, 제안 사항 중 하나는 method명 노테이션 법칙에 대한 것인데, 그 친구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내 노테이션 룰에는 맞지 않았고, 다른 제안 역시도 if else에서 비교 컨디션 순서인데, negative comparison은 지양한다는 룰이 있기에 positive comparison으로 먼저 시작할 수 밖에 없었고 그걸 알려줬었죠.

 안그래도 이 친구가 유독 저를 붙잡고 늘어지는 일들이 많아 뭐가 문제인가 혼자 궁금하던 차에 팀 동료가 "험블"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귀에 확 들어오더군요.

 
 하지만 사람이 어찌 그리 쉽게 변하겠습니까. 더구나 제가 겸손하고 싶어서 겸손하다기 보다는 자기 PR을 하고 치장을 할 만큼의 언어 실력도 부족하고, 딱 개발자로의 업무 외에 다른 일은 하나하나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성격이라 바꾸고 싶어도 바뀌지는 않네요. 그나마 좋은 소식은 신규 개발팀으로 자리를 옮기면 이 인도 친구와는 멀어진다는 사실. ㅎㅎ

 글을 쓰던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네요.

 제가 속할 팀과 다른 팀의 매니져가 서로 스왑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오게 되는 새 매니져가 저의 지금 매니져입니다.
 ㅎㅎㅎ 오늘 아침에 매니져와 서로 덕담 주고받으며 작별 인사 메일 교환했는데, 상황이 좀 우습게 되었네요 ㅋㅋㅋ


아직까지는 제 매니져 복이 끊기지 않고 계속 가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