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9일 일요일

[FAQ] 캐나다 SW 개발자 이민 어떻게 가나요? 취업은 어떻게 하나요? 등등

약 한 달 만에 술을 한잔 마셨더니 잠도 안오고 속도 부대껴서 오래간만에 다시 글을 남깁니다.

SW 프로그래머의 캐나다 이민이나 취업과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문의를 주시고 저도 최대한 답변을 드리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민감한 부분일 수 있는 이야기인지라 댓글 보다는 메일로 문의를 주시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그렇다 보니 중복되는 질문 내용들이 많아서 이렇게 정리를 해 봅니다.

1. 생활비는 얼마나 드나요?

생활비는 지역별/개인별 편차가 크지만, 제 실제 생활비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저는 당시 유치원 아이 둘을 데리고 토론토에서 생활했고, 토론토 내에서 이민자들과 한인들이 밀집된 지역 중 하나인 North York 이라고 불리는 동네에서 2베드 아파트를 렌트해서 살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 하자면 토론토 지하철 역 Bayview역 부근입니다.

생활비는 월 $2,500 ~ $3,000 정도 필요로 했습니다.
고정비 위주로 월 생활비를 break down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2베드 아파트 월세 $1,560 (고정)
전기세 $58 (사용량에 따라 과금되지만,
이 금액 이상/이하로 나온 적이 없네요)
교통카드 $108 (TTC Post-secondary student 월 정액권)
인터넷 $66 (Teksavvy인터넷 $58 + 세금 13%,
월 300GB 요금제)
핸드폰 $111 (Fido $49 + 세금 13%,
통화 월300분 + 문자 무제한 + 데이터 750MB 요금제 )
   
토론토 물가가 한국보다 크게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고정비 항목들을 보면 한국보다 많이 비싸기는 합니다.
특히 자가 소유를 하지 않는다면 월세를 내야만 하는데,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인 전세 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지출이죠. 그리고 핸드폰 통신 요금이나 인터넷 요금 역시 한국보다 많이 비싼 편입니다. 그나마 저는 두 가지 모두 major사업자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에 저렴한 편입니다.

렌트비가 총 생활비의 절반이 조금 넘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2베드 아파트가 사실 어마어마한 집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방 2개인 아파트입니다. 면적으로 따졌을 때엔 한국의 28평 정도 되고요. 위 렌트비는 아파트 유닛 렌트비만 포함시킨 것이고, 영주권 받고 차량을 구입한 이후에는 자동차 주차장 렌트비 월 $98, 자동차 보험료 월 $290이 추가로 나갔습니다.

1베드 아파트로 가거나, 한국의 원룸인 베첼러/스튜디오로 가게 되면 더 저렴해질 수 있지만, 가격이 크게 다운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제가 살았던 아파트의 1베드 월세는 당시 $1,300 이였습니다.

주거비 항목은 지역별 편차가 큽니다.
토론토 다운타운 지역에서 아파트/콘도 2베드에 주차장 차량 1대 까지 포함시키면 주거 관련 고정비용만 월 $2,500 ~ $3,000 정도는 필요합니다.
그러니 생각하시는 거주지 주변의 콘도 렌트 가격을 http://www.mls.ca 에서 검색해 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보통 콘도보다 아파트가 더 저렴합니다. 콘도는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시면 되고, 아파트는 회사에서 소유권을 가지고 렌트 사업을 하는 일종의 임대주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콘도는 보통 건물도 더 새 것이고, 개인 소유 주택이라 내부 인테리어도 더 깔끔한 편이고, 공동 관리되는 아파트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 부대시설도 더 좋습니다.
이 링크는 제가 살던 아파트 주변 동네의 2베드 콘도 시세 링크인데, 제가 살던 아파트 대비 콘도들의 렌트비가 월 $200~400 정도 더 비싸네요.

아파트의 경우 mls.ca에 매물이 등록되지 않습니다. 각 아파트 홈페이지나 키지지 같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매물이 오픈되니 따로 검색을 해보셔야 합니다. 따로 부동산을 통해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많이 검색해 보시고 연락을 많이 해보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적어 둔 월 고정비 항목만 약 $2,000 정도 됩니다.
그러면... 식비/의류비/문화비 등등 비용이 월 $500-1,000 정도만 썼다는 결론이죠.

누군가 이 돈으로 살만 합니까? 라고 물으신다면, 장기간이 아니라면 견딜만 합니다 라고 답변드립니다.

일단 저나 제 와이프 옷에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아이들 옷가지는 한국이 싸다고 해서, 그리고 퇴직 전에 회사 복지 포인트 소멸이 필요해서 한국에서 엄청 사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외식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지나가다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싶다고 할 때에도 예전같으면 아무 고민 없이 하나씩 사줬겠지만, 망설이고 고민하고 메뉴별 가격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외식은 거의 안했습니다. 식료품 가격은 한국보다 오히려 저렴하거나 비슷하지만, 인건비가 붙는 서비스 비용은 매우 높거든요. 외식을 하더라도 한국 식당에서 주로 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식 가격이 현지 음식 가격보다 저렴합니다. 아무래도 팁 15% 정도가 더 붙으니 패스트푸드보다는 비싸지만, 그래도 다른 음식들에 비해서는 저렴합니다. (eg. 갈비탕 한 그릇 $11 + 세금 %13 + 팁 %15)

다행히 1년 이렇게 생활을 하고 일을 시작해서 다시 소비를 늘렸지만, 이런 소비생활을 몇 년 더 지속했다면 제 스스로도 힘들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을 것 같네요.


2. 한국에서 캐나다 취업을 미리 할 수 있을까요?

시골 호텔이나 식당/공장 등등에서 이민을 전제로 사전 고용되서 오는 경우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제가 경험한 분야가 아니고, 제가 유일하게 아는 분야인 SW 개발자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전혀 없다고는 말씀 못드리지만, 어렵습니다.
보통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경우 열에 아홉은 아직 캐나다에서 근로를 할 수 있는 워크퍼밋이 없으신 분들인데, 워크퍼밋 없이 취업을 먼저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영주권이나 워크퍼밋이 있는 상태라 하여도, 결국에는 대면 인터뷰를 하는 것이 보통인지라 한국에 계신 상황이라면 여기서 또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전혀 없다고는 말씀 못드리는 이유는, 실제로 이렇게 오시는 분들도 분명 계십니다. 
리눅스 커널 패치 커밋 등 오픈소스 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개발자 분들 중에는 간혹 미국이나 캐나다 독일 일본 중국 등등 각지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회사에서 먼저 연락을 주고 본인이 같이 일 할 의향이 있다고 하면 회사에서 왕복 항공권과 숙박까지 제공하며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주변 선후배 분들을 보면 캐나다 보다는 미국이나 독일에서 초청을 받고 가시는 분들이 많네요.

몇 년 전에는 제가 다니는 회사도 해외에서 비자 스폰서 까지 하면서 인력을 데려오기도 했는데, 요즘 워낙 이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취업 비자와 관련된 항목은 임직원 개개인이 각자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3. 영어는 어느정도 해야만 하나요?

오픈소스 활동을 하신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좀 더 설명이 쉬울 것 같네요.
우리가 잘 모르는 마케팅/경영/리더쉽 이런 분야 말고, 기술 분야의 스피치를 들었을 때 어떤 내용인지, 이 기술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면 일단 리스닝은 통과입니다.

스피킹은 위에서 행해진 스피치를 똑같이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핵심 내용만을 간추려서 2~3분 정도 설명할 수 있을 수준이면 됩니다.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회사에 와서 보면 프로그래머 중에는 캐나다 국적을 갖고 태어난 순수 캐네디언의 비중이 낮습니다.
오히려 순수 캐네디언 보다 2세 3세 포함 중국인이나 인도인 비중이 높은 경우도 많아요.
제가 속한 팀만 해도 우크라이나,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대만, 아일랜드, 인도에서 온 친구들이 각 1명 씩 있고, 저 포함 한국인 2명, 이란 2명, 러시아 2명이며, 태생적 캐나다 국적을 지닌 순수 캐네디언 친구는 단 2명 뿐입니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악센트와 발음이 혼재 된 상황이고 어느 정도는 서로 이해하며 듣고 말하며 일합니다.

영어를 정말 잘 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영어는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잘하는 척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냥 단문 형태로 말하더라도 명확하게 의사전달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입니다. 발음도 부정확하고 악센트도 맞지 않고, 문장 구조도 정확하지 않으면서 명사절, 형용사절 등등 복문 형태로 다양한 미사여구와 수식어를 붙이면 상대방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4. 취업은 잘 되나요?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잘 됩니다.

프로그래머 전반을 두고 보면 아직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직종인지라 취업은 잘 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캐나다 사회 전반적 특성상 경력이 전무한 인력에 대해서는 어지간해서는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적어도 1년이라도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채용이 이루어집니다. Monster, Indeed 등을 통해 job posting이 많이 되는데, 찾아 보시면 아시겠지만, requirements에 보통 2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사항으로 올려둡니다.

첫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캐나다 내에서 커리어를 일단 시작 한 이후로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5. 한국 경력이 인정 되나요?

네, 인정됩니다.
본인의 경력과 구인 공고의 job description에 나온 요구사항과 잘 맞는다면 인정 됩니다.
그 경력사항을 이력서와 커버레터에 잘 표현하고, 그 경력에 맞는 실력을 interview나 test에서 보여주면 됩니다.

사실 경력이란게... 한국에서는 연차에 따라 직급이나 연봉이 다르지만, 여기에서는 연차와 무관하게 실력에 따라 다릅니다. 즉, 경력 8년이면 연봉 얼마... 라고 말하기 보다는 경력 8년 정도에 보통 가지게 되는 연륜과 실력이 있을 때 연봉 얼마, 라고 말하는 것이 더 맞겠죠.

여기에서는 프로그래머 20년을 해도 실력과 지식이 시니어에 상응하는 수준이 되지 않으면 시니어 개발자가 되지 못합니다. 반면 경력 3~4년차인 개발자라도 실력과 지식이 시니어에 상응하는 수준이라면 시니어 개발자가 됩니다. "경력은 8년차인데, 코딩은 잘 못해요...", "경력은 10년차인데, 5년 전부터는 프로젝트 관리만 해서 코딩은 잘..."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경력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우리 팀 내 리드 롤을 가진 개발자가 총 3인데, 그 중 둘은 경력 20년 가까이 된 친구들이지만, 나머지 한 명은 학교 졸업하고 일 하기 시작한지 이제 5년이 채 안되었습니다. 그나마 우리 회사로 온 것은 2년정도 되었죠. 하지만 누구나 인정 할 만한 인사이트와 실력을 지녔기에 지금은 리드 엔지니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레벨까지는 필요없어서 Junior나 Intermediate급으로 일하고 싶은데, job requirements를 채우는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더더욱 인정 됩니다. 다만 여기서도 면접 때 그 경력에 기대했던 실력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안되겠죠.


6. 나이가 많은데... 취업에 문제 없을까요?

100% 문제 없다고는 말씀 못드리지만, 한국 사회와 비교한다면 거의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일단 캐나다 이력서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사진도 없습니다.
나이는 오로지 대면 인터뷰 시 얼굴만 보고 가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도 다른 인종의 연령은 서로 잘 추측을 못하기에 잘 못맞춥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대로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10년을 일하건, 20년을 일하건 쥬니어로 남는 것이 이 사회입니다. 40대에도 쥬니어로 이직하곤 합니다.

정 나이가 걸림돌이 될 것 같으면 이력서를 조금 조정 하셔도 됩니다.
예를들어 캐나다에서 다시 학교를 다닌다면 20년 전 졸업한 한국 대학교 내용을 제외하거나, 오래 전 경력 사항은 기재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말이죠.


7. 인종차별은 없나요?

없습니다. 위에 팀 구성을 보셔도 아시겠지만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합니다. 그러니 차별이 있기 힘들죠. 직장내가 아닌 사회적 인종차별은 어느 정도는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캐나다가 이민자로 구성된 국가라고는 하지만, 인구 구성상/사회 계층 상 백인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다수가 소수를 차별하는 것은 아무리 교육을 잘 된 사회라 해도 없을 수는 없죠. 하지만 사회/문화적으로 인종차별이 만연한 것이 아니라 아주 가끔 만나게 되는 몇몇 똘아이들로 인해 차별적 언행에 피해를 보는 수준입니다. 

직장 내에서도 어느정도 유리천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경우 평생 개발직을 할 생각인지라 메니져나 VP로 올라갈 마음이 없어 그다지 문제가 안되네요. 지금은 다른 회사로 떠나긴 했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저희 팀 내에서 리드 시니어 엔지니어는 중국 친구였습니다. 지금 그 친구가 떠난 이후로는 사실상 공석이죠.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받는 다양하고 혹독한 인종차별에 비한다면 여긴 천국이죠.


8. 학력이 중요한가요?

졸업 예정자, 혹은 갓 졸업한 초년생 입장에서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용주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좋은 대학교를 졸업한 친구가 일반 공립 컬리지를 졸업한 친구보다 더 실력이 뛰어날 수 있다는 기대치를 가지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그래서 인턴/코옵 포지션들은 public open되기 보다는 몇몇 학교 구인 게시판을 통해서만 오픈되기에 좋은 학교를 다니고 있고, 졸업을 했다면 남들보다 양질의 포지션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Public Open된 포지션에 지원을 했다고 하여도, 당연히 앞에서 말씀드린 고용주의 합리적 판단 덕분에 합격할 확률이 더 높을 수 밖에 없고요.

하지만 일단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경력자가 된다면 학력보다 중요한 것은 경력입니다.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왔고 어떠한 성과를 보였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9. 자동차는 꼭 필요한가요?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네요.

제가 지금 사는 동네에서는 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동서남북을 둘러봐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내에 다니는 대중교통이라고는 단 하나의 버스노선 뿐이고, 그나마도 40분 배차간격입니다. 승용차로 10분이면 갈 거리이지만 이 버스를 타면 25분 정도 걸리더군요.

토론토에 살 때에는 꼭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름철에 놀러다닐 때에만 zipcar를 통해 차를 빌려서 쓰곤 했죠.

서울보다는 많이 뒤떨어지지만, 그래도 토론토는 캐나다 내에서는 가장 대중교통이 발전된 도시입니다.
매트로 월 정액권만 있으면 토론토 내에서는 어디든지 갈 만 합니다.
차가 없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한국 슈퍼 장보기와 코스코 장보기 두 가지 였습니다.

한국 슈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지만,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야 했기에 차로 10분 거리였지만, 버스를 타면 30분 이상 걸렸습니다. 베낭과 양손 가득히 4인 가족이 일주일 동안 먹을 양식을 사오는 것이 춥고 길이 미끄러운 겨울 철에는 쉽지 않은 일이였죠.

하지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보니 제가 살던 아파트 앞집과 윗집이 한국 가정이였고, 나중에는 그 집들에서 장을 보실 때 마다 저희를 태워다 주셔서 편하게 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차가 있으면 확실히 편하기는 하지만... 월 $400 정도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기에 영주권 받고 일하게 될 때 까지 차량 보유는 미루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 약 $100 + 자동차 보험료 약 $300)

참고로 제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약 14Km정도였는데, 3월 말-11월 초에는 거진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매트로 패스를 사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약 14Km정도로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였고, 중간에 Rocket 라인(큰 길에서만 정차하는 급행 버스)을 타고 가지만, 버스로 통학 시 편도 50~70분 정도 걸렸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면 40~45분 정도 걸려 오히려 시간이 절약되었고 월 100불이 넘는 교통카드 비용 또한 아낄 수 있었죠. 가끔 등하교 시 타이어가 펑크나거나 체인이 빠지는 일들이 있어서 고생한 것 빼면 운동도 하고 돈과 시간을 아껴서 좋았습니다.


10. 학교는 어디가 좋은가요?

이건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여기 애들과 이야기 해 보아도 그렇고, 공립 컬리지라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죠.

공대 학부과정으로는 캐나다 내에서는 University of Waterloo가 알아주긴 합니다. 나머지는 그냥 보통 학교 네임벨류 따라 가는 것 같고요.






자주 질문하시는 내용들 중 기억나는 것만 먼저 적어 보았습니다.
나중에 FAQ에 추가될 만한 내용들이 있다면 또 올리겠습니다.









2015년 11월 25일 수요일

똥 개발자

똑똑한 사람과 정말 똑똑한 사람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똑똑한 사람은 남들이 풀지 못하던 난제를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엄청난 방법으로 풀어내고, 정말 똑똑한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풀어낸다고 하죠.

사실은 극적인 예시를 위해 왜곡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우주에서 사용 가능한 필기구 일 것 같네요.

소련에서 스푸트닉 호를 통해 세계 최초의 우주인을 탄생시키고 , 미국에서 이에 뒤질세라 아폴로를 달에 착륙시키며 양국간 치열한 우주 전쟁을 펼치던 시절에 무중력 상태에서는 볼펜을 사용할 수 없어서 미국은 수백만불을 투자해 우주펜을 개발했고, 소련은 연필을 사용했다고 하죠.

실제 개발자의 유일한? 결과물인 소스코드 또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괜찮은 실력의 아키텍트나 시니어가 회사에 들어오면 이것 저것 소스 구조에 수정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기존보다 더 효율적으로, 더 안정적인 구조로 코드가 변하는데, 문제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저 같은 똥 개발자들이 그러한 변경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예를들어 우리 회사의 개발환경은 Java 1.7에서는 Lambda Expression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Lambda가 코드 가독성이나 직관성에서 좋은 것은 다 알지만 지원이 안되니 안쓰죠.

그런데 회사에 있었던 상당한 실력의 시니어가 우회적으로 Lambda Expression이 지원되도록 만들어 이곳 저곳에 수정을 했습니다. 다들 좋다고 열광했죠.
그런데 문제는... 코드 자체의 가독성이나 코드 작성시 편의성은 올라갔을지 모르겠지만, 디버깅 상황이 왔을 때 중간에 Lambda Expression을 지원화기 위해 만든 wrapping 함수들이 디버깅 속도를 현저하게 떨어트린다는 것입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에 있었던 또 다른 아키텍트가 만들어 놓은 것 중에 하나는 Java에서 마치 C처럼 preprocessor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워낙 원빌드 멀티 OEM을 지원하려다 보니 이런 저런 dynamic injection이 많은데, preprocessor로 빌드 타임에 컨트롤 할 수 있는 툴과 annotation을 만들었죠. 빌드 속도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에, 중간중간 마이너 업글 릴리즈를 할 때엔 자주 사용하는데, 이 역시 내부를 파고들어가면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다보니 간혹 잘못된 annotation이 추가되었거나, 빌드 문제가 생기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오늘 우리 회사에서 1년 넘게 끌고오던 난제 중 하나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체 검증도 해보고 이리저리 예외적 상황도 만들어 봤지만, 일단은 정상적으로 동작을 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전 그다지 훌륭한 개발자는 아니다보니, 남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휘리릭 푼 것도 아니고, 해결 방법을 보고나면 무릅을 탁! 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그냥 해결 했습니다.

추후 디버깅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코드 가독성이 어마무시하게 떨어집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 비교/정렬/병합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발생하는 코드를 만들었고, 그런 코드들이 한 곳도 아니라 수십 곳에 너져분하게 펼쳐지게 되버려서 코드 리뷰를 하는데 우리 팀 시니어들이 상당히 애를 많이 먹더군요. 코드를 보면 직관적으로 딱 이해되는 것은 차치하고 종이에 메모를 해가며 코드 리딩을 해도 몇몇 곳은 잘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상호 참조까지 있다보니 결국 코드 리뷰를 할 때 제가 참여해서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다시 개발자라는 커리어로 돌아오기 이전에도 저는 제 스스로를 똥 개발자라고 불렀는데, 5년이 넘는 경력 공백으로 인해 이전보다 굳은 머리에 퇴보한 기술 지식으로 인해 지금은 스스로 묵은 똥 개발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런 평범한 개발자로 만족하며 사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성과나 실력에 대한 욕심을 계속 갖게 되곤 하죠. 하지만 문제해결 능력이라는 것이 어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제가 발버둥을 치며 따라간다고 생각하면 저보다 앞에 있던 친구들은 그보다 더 멀리 치고 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생활에서 나름 승부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이 오면, 저는 아래 공식을 생각하며 도전을 하곤 합니다.

실력2 x 시간 = 성과

정확히 이 공식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제 경험상 나름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고 자부합니다. 실력은 제곱이 되기에 영향력이 크지만, 당장 승부처가 눈앞에 왔을 때에는 제가 그 값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1주~1달 정도 단기간을 놓고 보면 변수라기 보다는 상수에 가깝죠.

그래서 저는 시간을 많이 투자합니다.

이렇게 승부처가 찾아왔을 때 벼락치기 시험공부마냥 시간 투자를 급격히 늘릴 때에는 저만의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먼저 적절한 시간 투자 대상을 잡아야 합니다.
문제점이나 개발 요구사항들 중에 덩어리가 작은 녀석들은 아무리 많이 해결해 냈다 해도 그다지 임팩트가 없습니다. 어느 회사건 SW 회사라면 묵은지 마냥 몇 달 째, 혹은 몇 년 째 해결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work around를 통해 대응해 가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평소에 그런 문제점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연구하다가 어느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혼자서 해결을 할 수 있을만한 문제점을 시간 투자 대상으로 선정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간 투자가 이루어 질 때에는 분산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개발자 업무 특성상 단 한가지의 요구사항이나 문제점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항상 여러 곳에서 다양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서로 1순위 문제라고 주장하죠. 하지만 제곱의 효과가 있는 실력이 이미 정의된 상태에서 시간만으로 승부를 해야하기에 1분 1초라도 분산이 된다면 성과가 떨어지거나 안나올 수 있습니다.
정말 크리티컬한 문제고 스스로 자신이 있으며 대략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회사 내부에 공유하고 메니져에게 당분간은 이것만 할 것이라고 공언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이 조금 낮거나 잠재적 심각성은 크지만 실제 심각한 클레임이 없는 경우라면 잠재적인 심각성이 얼마나 우려할 만한 수준인지 먼저 이야기 하는 것도 좋습니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무대포 처럼 이렇게 한 놈만 패는 것은 개발자의 정신적 안정이나 체력 문제로 인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지만, 간혹 승부수가 필요 할 때 손오공의 원기옥 처럼 한 번 씩 사용하는 것은 나름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중장기로 봤을 때 썩 좋은 방법은 분명 아닙니다.

저도 최근에 한 2 달 정도 간격을 두고 이 필살기를 2회나 사용했더니 건강에 적신호 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란불이 들어온 것 같네요.

정말 승부처에 필살기를 쓰기 위해 개발자도 항상 운동을 하며 체력을 다져놔야 하고, 또 이런 필살기가 필요 없이 꾸준히 항상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실력을 항상 다져 놓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아... 오늘 마무리 지은 승부수를 마지막으로 내년 여름 연봉 조정 기간 직전까지는 더 이상 원기옥 소환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 했지만, 조만간 제가 시장문제 팀에서 신규 개발팀으로 소속을 옮기게 될 예정이라 새로운 동료들과 새로운 메니져에게 저의 뻥튀기 전투력을 보여주려면 몇 달 내에는 다시한번 승부수를 던져야만 할 것 같네요.

전에는 그렇게 신규팀이나 re-architecture 팀으로 그리도 가고싶어 했지만, 참 타이밍이... 절묘하게 최악인 것 같네요. 이렇게 조직 변경이 될 줄 알았으면 오늘 끝낸 이 문제점은 그냥 못 본척 사뿐히 즈려밟고 넘기는 것 이였는데, 조금 안타깝습니다. ㅠㅠ

저 같은 뻥튀기 말고 진짜 실력자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2015년 11월 11일 수요일

도둑이 들었네요 ㅠㅠ

새옹지마, 호사다마라고 근래 들어 계속해서 좋은 일만 생기더니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간혹 일이 많아서 늦게 퇴근하는 날이 있기도 하지만, 화요일 만큼은 집에 왔다가 다시 회사에 가능 일이 있다 해도 꼭 집에 일찍 옵니다. 아이들과 커뮤니티 센터에 가서 농구 수업을 듣는 날이기 때문이죠.
어제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집으로 달려와 식구들 모두 커뮤니티 센터에 다녀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부엌에 서서 물을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식탁 주변에 웬 진흑 덩어리 같은 것이 있더군요. 농구 수업 전에 저녁 식사 때 아이들이 음식을 흘린 것인가 생각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발자국 같았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잘 살펴보니 집 뒷마당 문에서 부터 그 발자국이 이어져 있더군요. 그래서 뒷마당 문을 열어보니 아뿔싸... 뒷마당 문과 문틀이 강한 힘에 밀려 그대로 부서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들어온 직후인지라 아직 침입자가 집에 있을지, 이미 나갔는지 파악이 안되는 상태였기에 일단 아내에게 911 신고를 부탁하고, 집 현관 문 앞에서 아직도 점퍼와 신발을 벗지 않은 채 수다를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달려가 조용히 아빠를 따라 오라고 했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사용 할 만한 둔기를 찾아 손에 쥐고 아내에게 911 전화를 건내 받아 상황을 설명 하면서 온 가족이 모두 조용히 집을 빠져나가 차에 가서 문을 잠그고 경찰이 출동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캐나다에서 모든 일처리가 우선순위에 따라 분류되기에 일반 침입/강도 사건의 경우 당장 진행중인 범죄 현장이 아닐 경우 출동이 늦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40분이 지나서야 출동할 지는 몰랐네요.

그렇게 40분이 지나 경찰이 오고, 경찰 둘이 먼저 집에 들어가 침입자가 집을 비웠다는 것을 확인 해주고 그 다음부터는 증거 수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두려움과 놀람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자기 장난감하고 보드게임을 도둑이 훔쳐가지 않았다는 것에 너무나도 즐거워 했고, 또 경찰이 어떻게 도둑을 잡는지 궁금하다며 신이나서 경찰 뒤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다행히 식구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이였기에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고, 제가 가진 가장 비싼 물건이라고는 해봐야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랩탑 정도고, 그 흔한 금붙이나 명품 가방 하나 없는 살림이기에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았더군요.

하지만 물리력으로 뒷문을 부수고 들어왔기에 뒷문 문과 문 자물쇠 그리고 문틀이 모두 쪼개져 버렸습니다. 도난 당한 돈은 없지만... 사람을 불러 한다면 문짝과 문틀 교체에만 $2000-3000 정도 들기에 적지 않은 돈이 사라질 예정이고, 시설은 있지만 값비싼 요금에 중단했던 사설 보안업체 서비스를 아무래도 가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경찰 말로는 사건이 발생한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는 도둑에게는 매우 위험한 시간대라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패턴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이후에 어제 작전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저도 간사한 사람의 마음을 지닌지라 어젯 밤 부터 우리 집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만 보면 왠지 모르는 경계심이 생기고, 제 집 앞에서 잠시라도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들의 얼굴과 복장 흉악하기 그지없게 보이네요.

 도둑이 들은 후 이웃들과 또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차량이나 집 파손/도난 사고를 한번 쯤은 겪었다는 것입니다.
 성범죄나 폭력 범죄는 한국에서 많지만, 자잘한 범죄율은 낮은 편이라고 하더니, 진짜 그런 것 같네요. 적어도 한국에서는 제 지인 중에 이런 가택침입/도둑/강도 사건을 겪은 분이 없거든요.

 지금도 문짝과 문틀 정보를 계속 찾고있는데, 이 도둑놈들만 생각하면 아주 속이 부글부글 하네요.

 주택에 사신다면 다들 문조심 하시고 집을 비우시더라도 완전 소등은 하지 마세요. 아니면 저처럼 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