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2일 화요일

동물의 왕국

요즘 점점 제가사는 동네가 동물의 왕국이 되어가는게 아닌가 싶네요.

처음 이 동네로 이사를 온 이후에 다양한 동물들을 집앞에서 만날 수 있던 것이 좋았습니다. 다람쥐나 너구리 정도야 토론토 아파트에서도 자주 보던 동물이긴 했지만, 집 앞뒷마당에서 토끼, 매와 같은 동물을 볼 수 있어서 뭐랄까... 좀 더 건강한 곳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작년 봄에 아기토기 5마리가 저희 집 뒷마당에 찾아왔을 때에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귀염둥이 손님이 찾아왔다며 너무나 반가웠죠.

집 뒷마당에 찾아온 아기토끼 가족

하지만 그 해 여름이 되자 귀염둥이 손님들은 불청객이 되어버렸습니다.

여름이 끝나가던 9월 즈음부터 아침마다 뒷마당에 나가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토끼똥이 뒷마당 잔디밭을 뒤덮고 있었으며, 500원 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크기로 군데군데 잔디가 뿌리채 뽑혀 죽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잔디가 뒤집혔는지 알 수 없었는데, 뒷마당 불을 켜둔 어느 저녁날 토끼들의 범행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집에 오는 토끼들이 봄에 찾아왔던 아기토끼들 같아 왠지 정이 가기도 했고, 한두군데 잔디가 죽은 것은 다시 잔디 씨를 뿌리고 흙을 맺구면 된다고 생각 했으니까요.

하지만 밤새 비가 내렸던 어느 날 아침, 뒷마당에 나가보니 수십 군데에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로 잔디들이 뿌리채 뽑혀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잔디밭에 물기가 마르지 않았던 다음날 아침, 뒷마당은 더욱 더 참혹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죠. 더욱 더 안좋은 것은 9월은 이미 잔디를 심기에 시기상 늦어, 잔디가 뽑힌 곳은 맨땅이 드러난 상태로 방치가 되었는데, 가을이 끝나갈 무렵이 되니 그 자리들에는 수많은 잡초들이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죠.

올해 봄이 찾아왔을 때, 잔디가 죽은 곳을 모두 파내고 새 잔디씨를 정성껏 심고 새 흙으로 덥어주어 정성껏 키웠습니다. 여름이 찾아올 때 즈음이 되자 잔디 씨를 심은 곳에서 다시 어린 잔디 싹이 자라나면서 앞뒷마당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죠.

하지만 깔끔한 마당을 꾸렸다는 뿌듯함도 잠시... 어느날 부터 다시 뒷마당에 다시 토끼 똥들이 보이기 시작하기에 뒷마당 펜스 및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막아 보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곳 저곳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토끼들로 인해 결국 뒷마당은 참혹한 모습으로 다시 변했으며, 저는 결국 잔디를 포기하고 토끼들에게 항복을 했죠.

이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동네에 너구리가 보이지 않아 쓰레기를 버리는 날 쓰레기 통이 뒤집 힐 걱정을 안해도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잔디 씨앗과 흙, 비료 등에 수백불을 쏟아부어 몇달동안 정성껏 가꾸었던 잔디들이 토끼에게 이렇게 무참히 희생되고나니, 너구리 같은 잡식/육식 동물이 거의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며 가끔 산책을 하다 나무위에 앉아있는 매를 만나면 

"야! 넌 배도 안고프냐? 토끼 안잡아가고 뭐하냐?"


라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죠.

그러다 뒷마당이 완전히 잡초 반 잔디 반이 되어버린 올해 8월 부터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 했습니다. 이미 잔디를 포기한지 한달이 넘은 상태인지라 그간 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어느날 보니 뒷마당에 토끼 똥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한 것이죠.
어떤 이유에서 토끼들이 오지 않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텃밭에 딸기와 상추, 그리고 깻잎들의 신변이 확보되었다는 안도감이 함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끼들이 왜 갑자기 사라지게 된 것인지 눈치를 챘습니다. 바로 여우나 스컹크 같은 육식 동물들의 등장이였죠.


고양이를 노리고있는 여우

귀엽게 생겼고 사람을 직접 공격하진 않지만 스컹크 방귀는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이상한 것이 땅에 떨어져 있어 살펴보니 토끼 뒷다리 하나만 덩그라니 있었습니다. 여우일지 스컹크일지는 몰라도 어떤 동물이 다 잡아먹고 뒷다리 하나만 남겨둔 것 같더라고요.

가끔 이렇게 끔찍한 모습을 보기는 해도, 그래도 육식동물들의 등장이 조금은 반가웠습니다. 스컹크는 조금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늑대나 곰처럼 사람에게 큰 해가 되지는 않고, 또 마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대는 토끼들을 쫒아 줬으니까요.

하지만 어제부로 생각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육식이건 초식이건 모두 사람에게 원래 살던 터전을 빼앗긴 불쌍한 녀석들인건 같지만, 육식동물들이 많아진 것이 나쁜 측면도 있더라고요.

어젯 밤 늦은시간에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흡사 사람의 비명소리같은 이상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여우가 짖는 소리더군요.
신기해서 아래 영상을 촬영을 하다보니 사람이 지나 갈 때 마다 여우의 위치는 바뀌어도 항상 한 곳을 보고 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video

그래서 그 곳을 자세히 보니 이웃집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늦은 밤이라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다소 큰 덩치에 검은색 털과 간간히 보이는 흰색 털로 보아 이웃집 고양이 벨라인 것 같았고, 그리고 이 녀석이 덜덜떨며 웅크리고 있는 나무가 바로 벨라네 집 앞 나무이니 어느정도 확신이 생겼죠.

이미 시간은 자정인데다 제가 고양이 곁을 떠나면 언제라도 바로 달려들 것 같았고, 벨라 이 녀석은 마치 고양이 앞의 생쥐마냥 그대로 얼어붙어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는 상태라 도망도 못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전화해서 이웃집에 전화를 해보라고 했죠. 그렇게 수분이 지나자 연락을 받은 이웃이 집 문을 열고 나왔고, 벨라는 집 문이 열리자 마자 순식간에 집으로 도망 갔습니다.

여우 같은 작은 육식동물들이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혜는 주지 못하겠지만, 이처럼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 동물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어서 이래저래 반갑지만은 않네요.

특히나 집에서 멀리 나가지 않는 고양이들의 경우 벨라처럼 자유롭게 집으로 드나들 수 있게 해서 자유롭게 외출을 하는데, 이제는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려동물들의 자유가 조금은 박탈당하게 될 것 같네요. 적어도 여우들이 안보일 때 까지는요.

2017년 9월 5일 화요일

야근 & 잔업 - 일체유심조라...

요즘 한국 예능 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집을 재미있게 즐겨보고 있네요.

화려함의 최고점을 달리던 톱 가수가 한적하고 여유롭기 그지없는 제주도에서의 삶을 사는 모습이 이색적이기도 했지만,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당당함과 자신감으로, 쎈언니의 모습으로 빛나는 예능감을 선보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한 모습이 때로는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하더군요.

방송 내용 중 삼남매의 맏언니와 이야기 중 이런 말을 했더군요.


"제주도에서도 마음이 지옥같이 사는 사람도 많다. 서울에서도 얼마나 즐기며 사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 어디에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 그 자리에서 만족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

원효대사님의 일체유심조가 생각나는 대목이긴 한데, 사실 요즘 회사일을 하면서도 그런 점을 조금 느끼기는 합니다.


부서를 옮기기 전 저의 생활을 잠시 돌아보자면... 

  05시 기상
  05시 30분 헬스장
  07시 30분 출근
  08시 근무시작
  15-17시 퇴근

이러한 생활의 반복이였습니다.

근무 강도의 압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런 생활이였고, 사실 당시의 저의 고민 중 하나는 오늘은 어떤 일을 벌여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였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업무분야는 백엔드쪽에 비해 진척속도가 항상 빠른 편이기에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없었으니, 스프린트 스토리 외에 technical debt 없애기 위한 별도의 타스크를 스스로 만들어 해결하거나, 백엔드 쪽 스토리와 타스크들 중 저의 역량으로 할 만한 일들을 집어와 해야했죠.

부서를 옮긴 후 지난 반년 가량 저의 생활은...

  05시 50분 기상
  06시 20-30분 출근
   07시 근무시작
  16-22시 퇴근

이렇습니다. 요즘 아침잠이 많아져 아침에 운동을 거르고 있다보니 출근시간이 1시간 당겨지는 효과가 생겼는데, 퇴근 시간은 이전보다 평군 2~3시간 이상 늘어나, 실질적으로 3~4시간씩은 더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죠.

아니, 한국에서 야근/특근/잔업이 싫고 힘들어 캐나다까지 건너온 녀석이 이렇게 야근질이라니... 싶겠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에서의 잔업과 캐나다의 잔업이 저에게 가져오는 느낌은 상당히 상이합니다. 

돈 때문일까요?
그것은 일단 아닙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에도 잔업비는 없었지만, '교통비'라는 명목으로 잔업수당을 받았습니다. 8시간 근무 후 매 2시간 추가 시 마다 3만원이던가? 교통비를 지급 받았죠. 지금 회사에서는 24시간 근무를 하더라도 어떤 명목으로든 잔업비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매니져 재량에 따라 다음날 하루 쉬게 해 주거나, 다음에 아무 때에나 대체휴일을 쓸 수 있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몇시간 잔업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기 보다는 긴급 사안으로 인해 회사의 요청으로 밤샘을 하거나, 주말에 근무를 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제가 왜 이럴까를 생각 해 보았는데, 우습게도 마음에 달린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제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득도한 사람도 아니다보니 제 스스로 모든 것을 컨트롤 하여 원효대사님 처럼 해골물도 시원하게 퍼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 역시도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떤 환경의 차이가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첫째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강제성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제가 모셨던 상사들과 부서장들 중, 몇몇은 잔업에 강제성을 부여했었습니다. 제가 해야하는 일들의 진척상황과는 무관하게 매 월 몇시간 이상의 잔업을 해야만 했고, 또 특별한 사유 없이는 매 일 몇 시 이전까지는 퇴근을 하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하는 부서들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강제적으로 잔업을 할 때, 바쁜 일들이 있기도 했지만,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도 강제적으로 남아있어야만 하는 상황들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 제가하는 잔업에는 강제성이 없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남아달라는 요청이나 부탁이나 명령을 한 적이 없으며, 제가 일을하다보니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간 경우이거나, 제 스스로 오늘 내에 어디까지 일을 마치겠다고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아있는 경우입니다.

두번째로는 정규 근무시간 내 일을 마치지 못한 사유입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신 분들은 대부분 공감을 하시겠지만, 본인의 직급과 직무에 해당하는 R&R과, 그리고 계획된 나의 업무와는 무관한 일들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윗 사람의 개인적인 일을 대신 봐주는 것인데,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영역입니다. 반쯤 이해가 가는 부분은 부서 막내이거나 신입이기에 담당해야 하는 부서 총무 역할로 인해 단합대회, 회식 등 이벤트를 주관하고 꾸미는 업무가 되겠고, 그래도 거의 이해가 가는 영역으로 보자면 공식적으로 업무가 된 것은 아니지만, 임원 및 상사의 업무관련 떠오른 아이디어와 생각을 구체화 시켜주고 관련 백업 데이터를 조사해 주는 것 등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돌발적으로 생긴 업무들이 공식화되고 저의 루틴한 업무와 함쳐저 우선순위가 조정되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업무들은 그에따라 due date이 조정이 된다면 그다지 불만이 없겠지만, 보통은 루틴한 업무 위에 이런 업무들은 얹혀지게 되다보니 모든 업무들을 주어진 기간내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잔업을 해야만 하게 되었었죠.
하지만 지금의 잔업은 이런 외부요인들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거의'라고 한 것은 간혹 저희 부서에서 운영중인 서비스나 서버가 돌발적으로 펑펑 터지는 사고들로 인해 돌발 업무가 발생하기 때문이지, 간혹 위에서 지시나 요청이 내려오기 때문이 아닙니다.

세번째는 절대적인 잔업 시간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고과 등급의 결과 등 이런저런 사유로 갑자기 충성심과 애사심이 급상승 하고, 의욕의 충만하게 된 경우들이 있긴 합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잔업과 주말 특근을 거뜬하게 버텨내게 되지요. 하지만 이런 것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최대정지 마찰계수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잔업과 특근이 반복되다보면 저의 체력과 의욕, 목표의식이 모두 burn out되어 너덜너덜해지고 다시 투덜이 스머프로 바뀌기 마련이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행히도 아직까지 burn out 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일단 제 스스로 정하고 행하는 잔업이기에 제가 버틸만한 적정선에서 stop을 합니다. 늦더라도 밤 10시쯤에는 집에 가고, 어쩌다 정말 밤을 새는 일이 있으면 다음날 푹 쉬거나 일찍 집에 갑니다.
매니져 역시도 팀원들의 burn out을 많이 챙겨줍니다. 실제로 1:1 미팅을 할 때 매니져가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시스템에 휴가 따위는 신경쓰지 말고, 피곤하거나 집중이 어렵거나 개인적인 일이 있다면 그냥 하루 이틀 회사에 나오지 않거나, 아침에 sync 미팅만 끝나고 바로 집에가도 좋아. 그러다가 다시 회복된 것 같으며 원격근무를 해도 좋고. Burn-out 되지 않는것이 당장의 task를 빨리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해. 휴가는 이럴 때 쓰지말고 아껴뒀다가 가족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써."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이 중 하나라고 느끼는 것이 바로 주체성과 주인의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것은 부서를 옮긴 이후에 더욱 더 강해졌습니다. 제품팀에 있을 때에도 자칭타칭 '내 새끼' 라고 불리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제가 제안하고 구현한 모듈이나, PM 요청으로 진행 한 것이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개발했던 기능이나 모듈, 혹은 프레임웍 등이 그러합니다. DevOps로 옮긴 이후에는 이러한 '내 새끼'들이 더 많아졌으며, 또 그 애착관계의 정도가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 제품은 태어난지 20년이 넘은 제품이다보니 지속적으로 리펙토링 중이지만 아직도 monolithic 서비스의 구조를 어느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내새끼 인 모듈이나 기능들이 각각 독립적인 life cycle과 운영이 되는 구조는 아니죠.
그런데 지금 DevOps에서 개발중인, 또 개발했던 툴/서비스들은 micro service 형태로 개발 중입니다. 그렇다보니 현재 운영중인 각각 독립적인 서비스들 중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가 다 담당했던 그냥 내새끼가 아닌 '애지중지 내새끼'가 참 많습니다. 그 만큼 애착도 더 많이가고요. 주어진 스프린트 스토리 requirements와 acceptance criteria를 모두 구현했다 하여도, 정의되지 않은 gray area들을 보다 확실히 하고, 추후 확장성도 고려하는 등 내 새끼를 더 튼튼하고 안정적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더 기울이다보니 자연스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됩니다.
또,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서비스와 툴의 직접 고객이 회사 내 개발자와 QA들이다 보니 다양한 VoC들이 저에게 직접 접수됩니다. 사실 이러한 VoC들을 따로 뽑아 별도의 티켓을 만들어 다음 스프린트 플래닝에 추가하여 해결을 해도 됩니다. 아니 그래야 됩니다.
하지만 간혹 critical한 VoC이거나, 이전 경험을 되돌아 보았을 때, 개선 시 상당한 편리함을 가져올 만한 VoC인 경우 '애지중지 내 새끼'를 보다 빛내주기 위해 그 자리에서 바로 개선에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소중한 내 새끼이더라도 팀에서 약속한 스프린트는 지켜야 하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주어진 업무는 업무대로 완수하고, 그 외에 내 새끼를 갈고 다듬고 보듬는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작은 차이 하나를 덧붙이자면 칭찬과 격려, 그리고 감사표시가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작은 노력 하나하나에 대해 매니져와 VP는 잊지않고 감사표시를 합니다. 그리고 VoC를 접수했던 요청자들 역시 개선될 때 마다 감사 인사를 합니다. 사실 말로 때우는 별 것 아니지만 이런 작은 반응들이 큰 힘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늘상 있는 잔업이고, 여기서는 특별한 것이기에 감사 인사를 챙기는 것이 아니냐고요?
저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속한 DevOps에서 잔업은 상당히 일상적입니다. '내 새끼'에 대한 애착과 주인의식이 사실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팀원들이 가지고 있다보니 퇴근은 일찍 하더라도 늦게까지 집에서 원격 근무를 하며 일을 하는 팀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당장 저희 서비스 중 하나가 1시간 동안 작동을 멈추면 개발팀 전체가 1시간 동안 아무런 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각 개인의 내새끼를 위해서 뿐 아니라 돌발적인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많은 팀원들이 새벽에도 일어나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듭니다. 때로는 각 micro services 간에 영향이 큰 변경시, 이미 staging 서비스에서 많은 테스트를 했다 하여도 publishing 서비스로 넘어갈 때에는 가능한 업무시간을 벗어난 시간에 작업을 하기에 밤늦게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작년대비 개인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고, 그렇다보니 줄어든 운동시간으로 살도 많이 찌고, 집 앞뒷마당 잔디밭이 점점 잡초밭으로 변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 참 일이 재미있고 보람되어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했을 때에도, 당시 회장의 경영철학이 그룹 전반에 제대로 자리가 잡혔다면 잔업에 강제성도 없거나 덜했을 것이고, 업무의 주체성도 이전보다 더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입사원 연수 때 들었던 이른바 이건희 회장의 '뒷다리 론'인데,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뛸 사람은 뛰어라. 걸을 사람은 걸어라. 뛰거나 걸을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냥 쉬어도 좋다. 다만, 뛰거나 걷는 사람 뒷다리만 잡아 당기지 말아라. 그래야 그들 덕에 발전해서 노는 사람도 먹고산다. 걷건 뛰건 놀건 모두 한 방향으로 가자."

이 말 대로라면 열심히 할 사람은 열심히 뛰고 날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그러기 싫은 사람은 안해도 되며, 결국은 결과와 성과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기업 문화가 될 터인데, 실상은 그러기 힘들었습니다.

부서장이나 그룹 임원이 걷거나 그냥 놀고 싶은사람이라면 부서원 전체가 그럴 수는 있겠지만, 보통 그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이라면 뛰고 날아야 하는 사람이고 (그 위의 임원이나 사장단이 뛰거나 날기를 바라고, 또 그 위에 서도 그들에게 똑같은 기대를 하기에...), 자신이 뛰고 나는 것을 지속하기 위해 부서원 모두가 자신 이상으로 뛰고 날기를 원했죠. 만약 그럴 의지가 없는 부서장이나 임원이라 해도 1~2년 사이에 그 조직은 사라지기 마련이였고요.

또, 근원적으로 보자면 한국 기업에서 채용은 그룹 채용이나 각 회사별 채용이지 각 부서별 채용이 아니다보니 뛰어야 하는 부서에 뛸 사람이 배치받고, 걸어야 하는 부서에 걷고싶은 사람이 배치받는 것이 아닙니다. 뛰고싶은 사람, 날고싶은 사람, 걷고싶은 사람, 놀고싶은 사람이 모두 섞여 선발이 되며, 또 각 부서 배치 시 섞여서 배치를 받습니다.
그러니 걷고싶은 부서에 배치받은 뛰고싶은 사람은 부서에 만족을 못하고 어느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그 부서장을 찍어내리고 싶어하며, 뛰고싶은 부서에 배치받은 걷고싶은 직원은 그 페이스에 숨을 헐떡이다 지쳐 낙오하게 됩니다. 또, 뛰고 나는 사람이 그에 맞는 성과를 인정받아 조기 승진이나 높은 고과와 그에 따른 연봉 및 인센티브를 받더라도 걷고싶은 사람의 입장에서 그 포상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놀거나 걷는 동안 뛰어다닌 사람들이 포상을 받는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결과야 어떨지 몰라도 지난 과정에서 자신도 그들과 똑같이 뛰어 다녔음에도 포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죠.

구직자 입장에서도 한 번에 대단위 인력을 선발하는 그룹 채용이 더 편리한 제도이고, 회사 입장에서도 시간과 비용 소모가 적으며, 일관된 채용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동일한 선발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 채용 방식이지만, 채용 이후 회사 운영의 측면에서는 각 부서별 채용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2017년 8월 22일 화요일

좋은 소식과 안좋은 소식


컨퍼런스 출장, 그리고 짧은 업무 복귀 후 다시 약 10여 일간 휴가를 보내는 사이에 제 주변에서 Good News와 Bad News가 함께 들려왔습니다.

Bad News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좀 많이 안좋은 뉴스고 다른 하나는 조금 안좋은 뉴스입니다.

약 3달쯤 전에 제가 일하는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된 한인 개발자가 계십니다. 사실 직장 자체만 놓고보면 이전에 일하시던 직장은 대기업 중 하나로 좋은 복지제도와 괜찮은 연봉을 주는 곳이며, 오피스 위치도 토론토였기에 미시사가에 위치한 중소기업으로 올 이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이민 때문이였는데, 이전 직장에서는 주정부 이민 지원이 없는 반면, 저희 회사에서는 주정부 이민을 서포트 하기에 이직을 한 것이죠. 하지만 컨퍼런스 출장 후 복귀를 하고나서 보니 안타깝게도 3개월 Probationary 기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뒤돌아보면 그간 몇 번의 신호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합니다. 그 분과 식사나 산책을 같이 하면서 그 분의 매니져와 1:1 면담 내용에 대해 전해들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약 1~2달 전쯤에는 매니져가 그 분께 바라는 롤이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하면서 현재 진척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표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있기 약 2주 전, 마지막 면담 때에는 일을 익히고 따라오고, 또 팀에 새로운 value를 불어넣는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었고요.
그 분에게 면담 스토리를 들을 때, 그 분께서는 당시 면담 내용이 우려되어 힘들게 말을 꺼낸 것이였지만, 저는 그 때만 해도 이 일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었습니다.
제가 처음 이 회사에 왔을 때, 저의 매니져 역시 probation기간이 끝날 때 까지 1:1 면담시에 칭찬을 했던 기억은 별로 없었고, 항상 내가 어떠한 것을 더 해주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나의 부족한 점이 무었인지를 계속 이야기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분에 캐나다 회사에서의 기대치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했던 저는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했었죠. 하지만 막상 probation이 끝나고 나니 이런저런 칭찬도 해 주었고, 또 저의 연봉 또한 조정을 해 주었기에 probation기간 중 다소 딱딱한 이야기들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죠.

제가 아는 그 분은 이렇게 허무하게 가실만한 분이 아니셨는데, 아무래도 경력과 연봉수준 등에 따른 회사의 기대치도 다를 것이고, 당시에 개인적으로 영주권 관련하여 몇번의 폭풍이 몰아쳤던 상황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안좋은 소식은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 안좋은 소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도 사람을 구인 중이였고, 반드시 DevOps 경력이 아닐지라도 좋은 개발자이고, DevOps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추천을 해 달라는 말에, 그렇지 않아도 커리어에 고민이 있던 친구 한 명을 추천을 한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면접결과 안타깝게도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이미 재직중인 회사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기회를 찾아보기 위해 면접을 봤던 것이기에 크게 나쁜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면접 과정에서 저희 매니져가 마음에 들었던지, 따로 장문의 메일을 써서 어떠한 점들이 부족했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 자세히 피드백도 주었고, DevOps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사서 우편으로 보내주어 혹시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자세히 읽어보고 더 공부한 후에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네요.

다른 한가지 안좋은 소식은 제가 리퍼럴로 추천을 해 준 친구가 회사 면접에 붙지 못한 일입니다. 그래도 그 친구는 다른 회사에 지금 재직중인 상태에서 다른 기회를 찾아 본 것이기에 크게 나쁜 일이라고 까지는 하기 어렵겠죠. 그리고 면접 과정에서 매니져가 마음에 들었던지, 그 친구에게 따로 어떤어떤 점들이 부족했는지 메일도 보냈고, 이쪽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며 책도 따로 구매해서 보내주었습니다.

좋은 소식도 두가지이며 둘 다 취업 소식입니다.

먼저 같은 학교를 다녔던 한국인 동생 중 한 명의 취업 소식입니다. 한국에서의 별도의 학력이나 경력은 없는 친구였지만, 항상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멋진 친구였는데, 얼마 전 Web 개발자로 취업을 했다고 하네요. 이 친구도 졸업 후 2년 가까이 다른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하고있었고,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드디어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남지않은 PGWP 비자 기간때문에, 주중에는 개발자 job을, 주말에는 현재 영주권 진행중인 현재 job을 뛰면서 당분간 투쟙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부디 영주권을 받아 정착하고 개발자로 완전 전업을 하는 그 날까지 젊음과 체력이 버텨 주길...

다른 취업 소식은 저와 같이 학교를 다녔던 인도 친구 소식입니다.
빈약한 실력 때문에 같이 학교를 다니면서 가능하면 프로젝트는 같이하지 않으려고 했던 친구이긴 하지만, 캐나다에서 가장 큰 은행에서 코업도 했었고, 언변에 능해 취업이 비교적 쉽게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취업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네요. 이 친구도 역시 생계를 위해 그동안 보석상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사이에 방금 전 페이스북 챗을 통해 안좋은 소식이 하나 더 들어왔네요.

학교에 있을 때 저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40대 일본인 아저씨 한 명이 있었는데, 다음 주 월요일에 토론토를 떠나 다른 주로 옮겨간다고 합니다. 이 아저씨도 아직 개발자 쟙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이제는 1년이 채 안되게 남은 비자기간 때문에, 당장 내일 개발자로 취업을 해서 경력을 쌓는다 해도 1년 미만의 경력인지라 CEC이민을 할  수 없으며, 어찌어찌하여 1년, 혹은 2년의 경력을 쌓는다 해도 Express Entry 점수 충족이 어려워 토론토에서 이민은 포기하고, 마지막 방법으로 반년의 경력으로도 주정부 이민이 가능한 주를 찾아 떠나간다고 합니다.
참 착했고,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 중 저와 문화적으로 가장 잘 맞았던 친구인지라 안타깝네요. 단순한 저의 추측이긴 하지만 아마도 언어실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때문이 아닐까 추측을 해 봅니다.

이 친구의 개발실력은 뛰어난 편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쳐지는 수준도 아니였죠. 그럼에도 코업 학기 때 부터 코업 쟙을 구하지 못했었고, 결국 졸업을 할 때 까지 코업을 하지 못하고 졸업을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하여도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코업을 구하던 시절인지라 그 친구가 코업을 구하지 못해 1학기 강제 휴학을 할 때만 해도 정말 운이 없는 케이스라고 했었죠.

언어에 대해서는 제가 누구에게 무어라 할 만한 처지는 아닙니다. 저도 매우 영어를 못하고 또, 모르니까요. 이 친구도 저 못지않게 참 영어를 잘 못하는 편이지만, 영어 자체에 대한 능력보다 대화의 스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고급진 영어, 화려한 언변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만, 더듬더듬 서바이벌 잉글리시를 말하는 이민자 영어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적극성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은 스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화를 하다 어휘가 생각나지 않거나, 적당하게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제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쉽고 기본적인 단어들로 저의 느낌/생각/경험을 여러번 반복해서 표현을 합니다. 가능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을 때 까지요. 이 친구가 저와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면 원래 화법 자체가 느린 편인데다,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보니,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단 최소 수초간 입을 닫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후에 만들어진 문장을 말을 하죠. 그렇다보니 다자간 대화 뿐 아니라 1:1 대화인 경우 종종 이미 지나간 주제를 뒤늦게 다시 꺼내오기도 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제가 마치 가족오락관 게임을 하듯 비슷한 말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몇 번 설명하다보면 대부분 native들은 결국에는 그 뜻을 이해하고 저의 말을 rephrase해서 '이 말인거지?' 라고 되묻습니다. 어찌되었건 저는 이렇게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서로 집중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신중하게 생각하여 올바른 말과 표현을 하는 것의 장점도 있겠지만, 그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때로는 심지어 다음 날 만났을 때에야 서로의 뜻을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화가 면접장에서도 지속이 된다면,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언어를 몰라 말을 못하는 것인지 내용을 몰라 설명을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겠죠.

참 재미있는게, 서로간의 코딩스타일은 각자의 화법과 비슷했습니다.
저는 외부 서비스나 플랫폼과 연동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 때, TDD와 비슷하게 합니다.
먼저 간단한 파일럿 클라스와 그의 유닛 테스트를 먼저 만들고 하나씩 돌려보며 외부 서비스의 behaviour를 파일럿 클라스에서 확인을 해 보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정도 확인이 된 후에 제대로 다시 설계해서 만들어 나간다면 참... 좋은 일이지만 개발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이미 만든 코드를 삭제하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귀차니즘과 파일럿 클라스에 대한 근자감으로 대부분은 그 파일럿 클라스를 수정/확장 해 나아가며 프로젝트 코드가 되버립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외부 서비스나 API, 플랫폼의 문서부터 파고, 문서를 다 파고나면 그 때서야 설계를 시작하고, 설계가 다 되어야 코딩을 시작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친구는 다소 답답했었고, 이 친구는 저를 다소 무모하다고 생각 했을 것 같네요.

아마 각자의 성격에 따라 화법도 다르고 목소리의 톤도 다르고, 또 개발 스타일도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전에 그 친구에게 설명이 안되면 다른 표현으로 설명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해 본 적은 있지만, 사람 성격이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보니...

제 멘탈이 약해서인지 몰라도, 주변에서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면 저 역시도 좀 더 기운이 나고 기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같이 힘들어지는 편인데, 올 해 남은 기간동안이라도 제 주변에서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면 좋겠네요.

2017년 8월 7일 월요일

휴가는 회사가 바쁠 때 내야 제맛!

안녕하세요.

어느덧 8월이 되었고, 또 제 여름 휴가가 끝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는 아쉬운 월요일입니다.

올해 초에 뉴질랜드로 휴가를 가느라 연초부터 휴가를 많이 소진 해 버려 이번 여름 휴가는 1주일 정도밖에 시간을 내지 못해서인지, 이번 여름 휴가는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휴가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휴가에 앞서 제 마음이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달 말은 회사의 플레그쉽 제품의 메이져 버전 릴리즈를 하는 날이였고, 또 이는 저희 DevOps팀에서 구축한 새로운 빌드 환경을 통해 메이져 버젼 릴리즈가 처음 되는 순간이기도 했기에 지난달과 이번달은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더군다나 휴가를 떠나기 직전에도 연초에 잡아둔 컨퍼런스에 참석을 하느라 1주일간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가족들이 캐나다에 방문하는 시기가 확정이 되지 않아 휴가 일정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이야기는 해 두었지만, 확정은 휴가로 자리를 비우는 스프린트 도중에 한 것이라 스프린트 플래닝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분에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휴가 전 마지막 날 1:1 미팅 때 매니져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휴가는 가장 중요한 것이니 부담갖지 말고 떠나고, 최대한 회사 RDP나 메일과 떨어져 지내. 그래야 충분히 리프레쉬가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나중에 언제라도 많이 피곤하다거나 잠시 휴식이 필요하면 휴가 안올려도 좋으니까 오전에라도 집에 가서 그 날 하루는 쉬어도 괜찮아."

헐... 해외로 휴가를 간다고 해도 해외 데이터 로밍은 반드시 해서 메일 자주 확인하고, 중요한 것이나 급한 메일 온 것 있으면 바로바로 답장하고, 답장을 하기 힘든 상황이나 외부에서 처리하기 힘든 일이면 바로바로 팀에 연락해서 누군가에게 전달 해 놓으라는 당부에는 익숙했지만, 가능한 일은 완전히 단절시키고 쉬고 오라는 당부라니..

사실 그 전날이 지난 회계년도 퍼포먼스 리뷰를 결정하는 날이였습니다. 제가 이민을 결정하고 캐나다로 오면서 마음 속으로 정했던 이민 5개년 계획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다지 거창한 계획은 아니였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중장기적으로 제가 이 사회에 확실히 뿌리를 박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들이였고, 또, 기존에 저희 가족이 누렸던 삶의 질과 최소한 같은 수준의 삶이 질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로 필요한 조건들이였습니다. 아직 이민 후 5년 까지는 약 1년 반 정도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저는 속으로 올 해 퍼포먼스 리뷰 결과에 따라 이 계획이 조기수립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 목표치에서 약 4.5% 정도 미달되어 살짝 기분이 좋지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너무나도 익숙하지 않은 당부를 듣고난 후에는, 심란했던 기분이 조금은 사라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휴가 첫 날만 해도 이전의 버릇과 같이 틈나면 메일함에 들어가 메일 타이틀 중 중요하거나 긴급해 보이는 내용들을 골라 읽었고, 적어도 하루에 두 세 번은 메일함에 들어온 모든 메일들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첫 날 저녁 갑자기 매니져의 당부? 가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회사 업무 관련 모든 앱들을 하나의 폴더에 몰아넣었고, 의식적으로 그 앱들에 접근을 하지 않기위해 폴더 잠금을 해 두었고, notification 설정에 들어가서도 그 앱들의 알림을 차단 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업무 관련 어플들을 막아놓고 처음 하루는 무언가 불안한 마음도 들었고, 이유없는 죄책감도 조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불안한 마음도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후부터 지금 이 포스팅을 올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거의 1주일간 제가 아무것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조차도 잊고 있었습니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니 2009년 갤럭시 1 출시 이후로는 처음으로 업무 관련된 네트워크들을 완전히 offline시킨 채 휴가를 보낸 것 같습니다.

오늘 월요일은 휴가는 아니지만 Civic Holiday 휴일인지라 아직까지 휴가 후 출근도 하지 않았고, 또 아직 아무것도 확인을 안해보았기에 이후 후폭풍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정신없이 바쁜 이런 시점에 1주일간 휴가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 남들이 바쁘건 말건 확실히 신경끄고 지낼 수만 있다면요.

마지막으로 휴가 중 찍었던 사진 몇 장 투척합니다.

Lowville Park에서 잡은 가재

Tobermory에서 배를 타고 찾아간 Flowerpot 섬

공원에서 만난 Hawk.
주택가가 아닌 공원이라 그런지 확실히 동네 hawk 보다 덩치가 컸다

2017년 7월 15일 토요일

잡다구리 - 요즘 근황

안녕하세요, 약 두달여 만에 포스팅을 남깁니다.

핑계라면 핑계이지만, 팀을 옮긴 이후로 건곤일척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것을 걸어두고 달리고 있다보니 좀처럼 블로그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보통 무언가 새롭게 시작을 하게되면 초반에 바짝 열심히 해서 어느정도의 입지를 다져둔 후에 이후로는 여유를 갖는 것이 저의 접근 방식입니다. 어느정도 입지를 다져둔 후에는 사실 여유롭게 일을 해도 어느정도는 계속해서 선두그룹에서 같이 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새로운 시도나 경험이나 연구를 하지 않아도 제가 선두로 치고나간 분야에 문제가 있다거나, 새로운 기술이 오픈 되었다거나, 아니면 무언가 리서치가 필요 한 경우에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되다보니 제가 계속해서 자발적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많은 정보들이 몰리게 되고, 그들이 겪는 문제점과 그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해결방안들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또 많은 고민과 생각을 접하게 되며, 그들과 잠시나마라도 같이 의견을 주고받고 생각하면서 본의아니게 또 정보들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 팀에서 하는 업무들이 대부분 제가 이전에 하던 일과는 거리가 있는 일들이고, 상당히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있다보니 초반 집중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네요.

중간에 한 sprint 정도는 좀 쉬엄쉬엄 넘어갈까 싶다가도 지금이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저의 performance를 평가하는 리뷰 기간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1년간 고생해놓고 중요한 시기에 마음을 놓아 1년 농사를 망치기 싫다는 생각에 또 달리게 되고, 달리다가 지쳐도 명확히 보이지는 않아도 눈 앞에 무언가 아른거리는 솔루션을 빨리 확실히 보이게 하고 싶어 계속 달리게 되고... 그렇게 올해도 5,6,7월은 일을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은 Canada Day라는 휴일인데, 캐나다의 150번째 생일이였습니다. 1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그 다음주 월요일이 대체휴일이 되어 3일간의 연휴가 되었죠. 한국에서야 설이나 추석같이 3일씩 되는 명절이 있지만, 여기 휴일은 죄다 하루인지라  주말 포함 3일을 쉬기만 해도 long weekend라고 하여 다들 좋아합니다.

그리고 매 년 Canada Day에는 각 도시별로 불꽃놀이를 하는데, 올 해에도 저희는 옥빌에서 하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이런 행사를 할 때에는 행사장 주변 몇 Km부터 차량 진입을 제한하기에 근처 버스 터미널에 차를 주차하고 대중교통을 통해서만 행사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상당히 불편하긴 하지만, 감당 안되는 도로사정과 주차장 사정을 감안하면 차라리 이런 접근 방식이 모든 이용객의 전반적인 편의성을 위해서는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Canada Day Firework

7월 3일은 대체 휴일이였고 화요일인 7월 4일에도 사실상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창립기념일이라 임직원들이 인근 공원을 빌려 하루종일 체육대회? 같은 것을 진행합니다.

가장 인기있었던 인간 foosball


이 행사의 정규 종목은 아니였지만 free time에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한 시설 중 하나인데, Artificial Rock Climbing과 함께 가장 인기있던 시설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이 주의 주말 부근이 제가 가장 바쁘게 달렸던 시기인지라 long weekend에 이벤트데이이긴 했지만, 집에서 틈만나면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을 했었죠.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집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의문의 구멍?


그 당시가 집에 마루를 교체하는 공사를 하던 시기인데, 뒷마당 데크에 나가서 보니 왠 드릴로 뚫은 것 같은 구멍이 보이는 것입니다. 이게 언제부터 있었을까 생각을 하다 바닥을 보니 바닥에 아직도 톱밥이 그대로 있었고, 그로 미루어 짐작컨데, 공사하는 아저씨들이 드릴 비트를 테스트 하느라 뚫어본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하며 다시 구멍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마치 개미가 개미 집을 지을 때 마냥 구멍 속에서 누군가 톱밥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헉! 이거 뭐야."

사진 상으로 잘 표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구멍의 크기는 대략 성인 새끼손가락 정도 됩니다. 이 정도의 나무 구멍을 뚫을 정도의 힘이라면 힘이 엄청 센 녀석일 것이고, 이런 녀석이 우리집 뒷마당에 집을 짓고 산다면 무언가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조심스레 이 녀석을 밖으로 꺼내고 싶었지만... 나무도 씹어먹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턱인데, 제 손가락을 물면.... ㅠㅠ

그래서 발을 동동 구르던 찰나, 요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물총이 생각 났습니다. 한걸음에 달려가 물총에 물을 가득 채우고,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조준을 해서 이 구멍 속으로 물을 쏟아붇기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물총의 물을 다 비울 때 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을 채우고, 조준하고, 쏘고를 2번을 더 반복한 끝에 정체모를 이 녀석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구멍 밖으로 나왔고, 날개가 젖어있어 날지는 못했지만 어마어마한 힘과 덩치를 자랑하는 이 녀석은 아직 백기 투항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날개를 말리기 위해 선풍기 강풍 보다도 큰 "위잉!" 소리를 내며 연신 날개짓을 해댔고, 그렇게 바둥대다 어디에 몸이 닿기라도 하면 무서운 기세로 배를 구부리며 벌침을 쏘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지 한참을 고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생태에 대해 아는 지식이 없어 어떻게 결정을 할 수 없었죠. 하지만 어릴적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와 동물의 왕국을 모두 섭렵했던지라 어디에선가 이 녀석을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바로 랩탑을 열고... 나무벌, 나무땅벌 등등의 키워드로 구글링을 하다 정확한 이 녀석의 이름을 찾아 냈습니다. 바로 목수벌 (carpenter bee)

그리고 이런저런 정보들을 조합해 본 결과 그대로 놔 줄 경우 다시 우리집 어딘가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알을 낳고, 그 곳에서 부화한 다른 목수벌들이 또 찾아와 알을 낳고... 말 그대로 우리집 자체가 벌집이 되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해 바로 그 자리에서 놔주지 않고 이렇게 잡아 두었습니다.


아직도 DevOps쪽에서 제가 공부를 해야 할 분야들이 많은데다, 곧 컨퍼런스들로 출장을 가야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가족들이 놀러 올 예정이기도 하기에 당분간은 계속 바쁘게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바쁘지만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있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고, 바쁘게 일을 하고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기에 힘들어도 참 즐겁게 삽니다.

2017년 5월 12일 금요일

가끔 한국이 그리울때?

이민을 결정했을 때에는 일단 건너가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 지에 대한 대책이 가장 급하고 중요한 문제였고, 이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

"내가 가서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간혹 던져보곤 했습니다.

만약 영주권도 잘 받고, 일자리도 잘 구했고, 돈도 부족하지 않게 잘 벌고, 아이들도 튼튼하고 바르게 자라더라도 행여 향수병에라도 걸려 매일 저녁 노을이 지는 서쪽 하늘만 바라보며,

"아... 그립다. 사무치게 그립다. ㅠㅠ" 

라고 중얼거리며 눈물 흘린다면 일/선배/상사/야근에 치이고 시달리며 사는 것 만큼이나 힘들 것 같았거든요. 특히나 그다지 길지 않았던 교환학생 시절을 생각해봐도 마지막 학기가 종료되기 직전에 학기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었을 때 즈음에 학기 종료되고 좀 더 놀다 갈 생각보다는 한국으로 빨리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앞으로 평생 수십년간 다른 땅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그냥 그것 자체로도 어려울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비록 이제 캐나다에 건너온지 4년도 채 안되었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향수병과 같은 증상은 없습니다. 하지만 종종 한국의 무언가가 하나씩 개별적으로 그리울 때는 있습니다.

예를들면 인터넷이나 전화 서비스 등에서 문제가 생겼을때, 한국의 경우 제가 부당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당하게 조목조목 요구하면 어지간한 일들은 다 들어줍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우선 제가 한국말 처럼 이야기를 못하죠. 어눌해도 문제가 되는 상황과 문제점에대해 당당하게 요구를 하면 한국처럼 문제를 수용하고 다른 보상이나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 말을 듣고 회사도 저에게 당당하게 '어쩔수 없다', '규정 상 안된다', '정 불편하면 해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너 약정 남은거 없으니 문제 없다.' 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요즘 2주 정도 거의 매일 한국 문화가 그리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생각이 납니다.

얼마 전에 팀에 새로 합류한 동료가 있는데 요즘 거의 매일 1~2시간 정도는 그 내용과 주제는 다르더라도 전반적인 프레임으로 이 친구와 아규가 벌어집니다.

그 프레임은 항상 이런식입니다.

- 동료가 본인 업무 관련해 제게 자문을 요청
- 질문 내용은 그 친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task 관련 미래에 생길 수도 있는 변화나 확장에 대한 다양한 고려를 어떻게 해서 어떤 architecture로 잡고 나아가야 하는지임
- 간혹 아주 valid한 포인트를 잡아내고도 하지만 보통은 현재 상태로는 고려대상이 아닌 내용임
- 전 항상 당장 주어진 requirements를 만족하는 것을 완수한 후 변화와 확장에 대한 고려는 개별로 확인하여 하나씩 해결하자고 Divide and Conquer를 하자고 말함
- 이 친구는 자기는 나중에 두 번 일하기 싫다며 전부 고려해서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함
- 당장 필요한 기능에 대해 구현은 되어 있는지, 당장 필요한 기능 개발에 당장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지금 사용하고자 하는 CLI나 API들이 문서 구현된바와 같은 behaviour를 보이는지 물어봄
- 보통은 아직 전체 그림을 잡느라 일 시작은 안했다며 모름
- 이쯤되면 저는 "나도 안해봤고 너도 안해봤고 우리 회사에서 누구도 안해본 분야에 일 시작하는거라 전체 그림을 잡을만큼 이 분야에 seniority가 있는 사람도 없는데 완벽한 전체 architecture는 잡고 시작할 수 없으니 Divide and conquor를 하자" 라고 다시 주장
- 그래도 이 친구는 자신의 concerns에 대해 해결책을 미리 세워놓고 시작해야 추후 수정/확장을 할 만한 구조로 잡을 수 있을것 같다며 이 문제들을 다 확인하자고 함
- 전 다시 기본적인 가장 주된 핵심 기능부터 확인해 보라고 제안함
- 그러면 이 친구는 다시 그것만 돌려보면 자기랑 다시 이 문제점들 얘기 할 것인지 물어봄
...

뭐 이렇습니다.

거의 매일 같은 형태의 대화를 하고있는데, 어제 갑자기 한국이였다면 확 이렇게 말하고 끝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놔.. 야, 우리가 지금 AWS 만드냐? 우리에게 지금 요구사항은 테스트 돌릴 때 마다 서버 인스턴스 5개만 만들었다가 다시 죽이면 되는건데 왜그래? 니가 걱정하는 사항들 이미 우리 요구사항과 환경에 다 제한적인 것으로 정해진거자나"



그냥 잠시 혼자 생각하고 혼자 헛웃음 지었던 짧은 생각인데, 이렇게 하고싶은 마음이 저도 모르게 매우매우 간절했었나봅니다. 이 일이 어젯밤 꿈에 벌어지고 말았네요. 인물은 그 친구와 제가 그대로 유지되는데, 장소가 한국에서 일했던 회사 사무실로 바뀌고, 그 친구도 저도 한국말로 말하고 ㅋㅋㅋ

그리고 제가 현실에서 잠시 생각했던 것에도 없던 대사가 더 추가되더라고요.

"니가 내 사촌동생 같아서 하는 얘긴데, 회사는 책에서 보던것과는 다른 세상이야. 일단 현실의 일부터 집중하고, 네 역량이 된다면 그 다음일은 그 다음에 해봐. 우리가 rocket science하는거 아니자나. 그런식으로 일해도 니가 다 해낼꺼면 몰라. 안그러면 너 나중에 남는 성과가 없어서 아무도 인정 안해. 회사에선 실천력과 성과와 결과물이 우선이야. 사회생활이란 말이야..."

헐... 한국식으로 선배로서 하찮은 2 cents 충고까지...

자고 일어나서 사뭇 놀랐습니다. 여기 직장 문화가 오히려 편하고 좋다고 말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약 35년여간 살아온 곳의 문화에서 제가 벗어나지 못한것 같더라고요. 회사에 다른 한국인 개발자 분들도 여럿 계시기는 하지만, 만에하나라도 저보다 seniority가 낮은 한국인 개발자가 같은 팀으로 오게 된다면 행여나 제가 꿈에서 했던 짓들을 진짜로 행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가끔 한인 업소에서 일을하고있는 혹은 일을 했던 분들이

 "여기가 뭔 한국인줄 아시는지, 그럴꺼면 한국에서 장사하지 왜 캐나다와서 그런식으로 하시는지..."


 "더 싫은건 캐네디언 직원들에겐 안그러면서 꼭 우리에게만... 만만한게 동포인가?"

라는 식의 이야기들 듣는데, 지금까지는 보통은 근로자의 입장에서 감정적인 동조를 하게 되었는데, 막상 제가 이런 꿈을 겪고나니 그 사장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정말 안좋은 심성을 가지고 있다거나, 악의를 가지고 그러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지만, 제가 꿈에서 그랬던 것 처럼 나도 모르게 자신에게 익숙한 생각이나 분위기나 감정이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오늘도 그 친구와 대화를 마치고 어젯 밤에 꾼 무서운? 꿈이 생각나 글을 남깁니다.

오늘은 몇 시간 대화 했냐고요? 다행히 10-20분입니다. ㅎㅎ
어젯 밤에 그 친구가 어제 던진 수많은 문제점들 중 가장 크리티컬한 몇가지가 생각나 혼자 이리저리 확인해보고 테스트도 돌려보고 몇가지 해결 가능한 방안을 말해줬더니 오늘은 그래도 빨리 끝났습니다 ㅎㅎㅎㅎㅎㅎ

계속되는 반복되는 대화가 매일같이 제 머리를 아프게도 하지만, 또 이렇게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는 계기도 만들어 주네요. 그래도 간혹 제가 생각하지 못한 크리티컬한 잠재적 문제들을 찾아내고 문제 제기를 해주기에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제 두통은 대화 자체에서 온다기 보다는 장시간 지속되는 영어 대화에 대한 스트레스와 대부분의 질문들을 제가 깔끔하게 답변하고 매듭을 짓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자책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요.

비록 꿈은 그렇게 꾸었어도 그래도 전 지금 이런 문화가 전반적으로 더 좋습니다.

진짜에요. 진짜라니까요? 한국에서 을이되는건 싫어도 갑이되는건 좋은, 그런게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ㅠㅠ

2017년 5월 5일 금요일

호주 457 비자 중단의 파장

어제 포스팅을 마치고 blog admin 페이지에 statistics에 들어가보니 이전과는 다른 신기한 트래픽들이 대거 증가했습니다.

딱히 집계를 내 본 적은 없지만 제 기억에 주된 Traffic Source는 항상 google.co.kr이나 google.ca, google.co.jp 혹은 google.com이였습니다. 딱히 국내 포털에 등록은 하지 않았기에, 다음이나 네이버 등을 통한 유입은 거의 0였고요.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러시아 포털과 SNS인 yandex.ru와 vkontakte를 통한 유입이 항상 10위권 내에 있었고요.

Audience 국가 정보역시 한국이 압도적 1위이고 2위는 고정적으로 캐나다, 3~5위는 미국, 일본, 러시아 3국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습이였고요.

그런데 어제 확인을 해보니 최근 수 주 사이에 호주에서 트래픽이 대거 유입되었더군요.
심지어 지난 주에는 호주 Audience가 2위까지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무슨일일까 싶어 확인을 해보니 호주에서 영주권 신청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던 비자 중 하나인 457비자가 조만간 폐지되며, 폐지 이전에도 당장 당일부터 457비자의 신청 조건을 강화한다는 발표가 있었더군요.




7~8년 전 호주 이민을 고려했을 때에도 봤던 비자 타입이라 이름은 익숙하기는 한데, 세부적인 절차와 프로세스는 기억하지는 못하여 이번 변화가 어떤 파장이 있을지 역시 제가 잘 알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이민자 유입 국가들의 정책의 일반적인 변화와 관련하여 제 생각을 적어볼까 합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457비자라는 것이 호주내 인력이 부족한 (잠재적 고소득의) 숙련직 기술자를 해외에서 받아들여 자국 산업의 인력부족 해소 및 고도화를 시키고, 또 이를 통한 국가 재정의 확대를 위한 비자로 기억합니다. 양질의 인력이기에 이민을 받아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이득을 보기에도 좋기에 이민 457에서 영주권으로 넘어가는 과정 역시 수월했고요. 그런데, 이 457비자의 성격이 약간 변질되기 시작한 시점은 mining boom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호주 달라가 USD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고, 경제 전반에 cash flow가 매우 좋았고, 그렇다보니 산업 전반에서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손이 부족했던 시기입니다.
이 때 부터 457비자를 받는 직업군들이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자국 내에서도 충분히 육성 가능한 분야의 직업군에서도 457비자를 받기 시작했죠.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온다 하여도 실업률이 낮고 자국인들이 일 할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최근 5년간 호주의 실업률과 실업자 수는 급증을 하였고, 많은 호주인들의 시각에는 구지 해외에서 데려오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호주에 와서 나 대신 일을 하고 돈을 벌고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457비자는 캐나다에서 LMIA를 받아 Work Permit을 받는 절차처럼 고용주의 스폰서 하에 진행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캐나다에서도 가끔 발견되듯 불법적인 비자 발급이 있기 마련인데, 소수의 이러한 케이스들이 전체적인 이민 프로세스에 대해 안좋은 시각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불법적인 비자발급이라면, 사업상 needs에 따른 채용이 아닌, 피고용인의 비자 발급이 목적이자 수단이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제가 호주 이민을 찾아 볼 때에도 돈 얼마를 내면 이런 식의 paper company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게 해주겠다는 이민 업체들이 간혹 있었습니다. 그리고 paper company가 아닌 경우에도 실제 하는일은 비숙련직이지만, 서류상 숙련직 노동자의 포지션으로 작성하여 비자 발급을 약속하고 뒷돈을 받는 경우도 있었고요.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간략하게 변경사항에 대해 확인을 해 보니 당장 내년 3월 이후로는 457비자 발급이 중단되며, 아직 발급되지 않았지만 기 접수된 457비자 신청건에 대해서도 강화된 요건을 적용하여 재검토 할 것이고, 고용주의 심사와 자국민 채용을 위한 노력 정도의 검토를 강화하며, 457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직업군에도 변경이 생기고, shorterm과 mid and long term으로 직업군이 나뉘어 short term은 비자 기간이 2년 mid and long term은 4년이 된다는 것 등등이더군요.

직업군의 변경이야 각 국가별/시기별로 시장 needs가 다른 것이지만, 결국에는 시장에서 절실히 필요로하는 숙련직 노동자는 받되, 시장에서 절실히 필요하지 않다거나, 숙련직이 아닌 경우에는 제약을 둔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주 심사 강화와는 앞서 말씀드린 불법/편법적인 비자 발급으로 인한 이민의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일 것이고, 자국민 채용 노력 검증 강화 (Labour Market Test)는 진정으로 needs가 있는 해외채용인지, 사업을 위한 채용이 아닌 이민을 위한 채용인지 검증하겠다는 것입니다.

신청조건 강화 역시 시장에서 needs가 있는 인력이라 해도 채용하고자 하는 외국인이 정말 그 needs에 적합한 사람인지 보겠다는 것이며, 가장 활발히 일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연령대의 사람이라 자국 연금 재정을 튼튼하게 할 사람인지, 아니면 역으로 연금 재정 악화에 도움을 줄 사람인지 보겠다는 것이고, 영어점수 강화는 기본적으로 호주 사회에서 노동력으로 가용한 사람인지, 또 사회 적응과 융화에 필요한 기본적 능력이 있는 것인지 보겠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 위에 변경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캐나다에서 일어났던 변화와 큰 틀에서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보입니다.

어느 나라건 난민 이민을 제외하고 이민은 자국의 산업과 경제 발전, 그리고 (납세 인구 확대를 통한) 세수원 확보를 위한 정책이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나, 외국인들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자국민과 자국 산업/사회를 위한 정책이다보니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여도 사회적 합의가 되어야 하는 정책이고요.

한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민을 통한 생산인구 유지 내지는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당장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다민족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낙후되어있고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이민 정책이 아직도 매우 폐쇄적이고, 교육과 대중매체 등을 통해 다민족/다문화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하려는 노력이 갓 시작된 수준에 머물고 있지요.

많은 분들이 대부분의 이민자 유입국에서 자국민 우선, 이민자 폐쇄 정책으로 가고있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사실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근래에 많은 국가들이 겪고있는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는 치솟고 있는 청년 실업률과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baby boomers의 은퇴 시점입니다. 그리하여 당장 앞으로 10여년간 세수는 줄어들고 실업수당과 연금 등으로 지출되어야 할 재정은 늘어날 예정이고요.

그렇다보니 활짝 열어두었던 이민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전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활발히 돌아가다보니, 산업 전반에 걸쳐 가용한 노동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장의 needs를 맞추기 위해 이민 문호를 열어두었지만, 지금도 이러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다가는 집권 정부와 정권은 철퇴를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이민 문호를 꽁꽁 닫아버리면 더 큰 사회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이민 유입국들은 이민과 이민을 위한 과정들이 하나의 산업화 되어 있어 당장 이민/유학 사업의 황폐화가 될 것이고, 앞서 말씀드린 baby boomer 세대의 은퇴가 불러올 사회적 영향에 적절한 대응 시점을 놓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민 개방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수 많은 실업자들은 그 화살을 이민자에게 돌릴 것이고 정부와 정권이 위협받음은 물론 반이민 정서가 싹트게 되어 훗날 이민 문호를 개방해야만 할 때에도 사회적 거부감으로 인해 쉽사리 받지 못하는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대부분의 이민자 유입국에서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최대한 경제생산 활동 기간이 길 수 있도록 나이 조건을 강화하고, 보다 활발하고 폭넓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언어 능력이나 현지 경력을 살펴보며, 자국민 노동시장과 carnivalization이 발생하지 않으며, 또 보다 높은 소득군이라 더 많은 세수가 가능한 직업군으로 제한을 두고, 고학력의 숙련된 노동인력을 받고자 학력과 경력 조건 역시 까다로워 지는 것입니다.

최근 호주 457 비자 폐지와 관련하여 캐나다의 한인 카페등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말콤 총리가 이민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엿볼 수 있었는데, 사실 위에 맥락에서 보자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일단 제 생각에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대부분의 법안 발의나 정책에는 거의 대부분 정치적인 포석이 같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정부의 정책이나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그 내용 자체의 득과 실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좋은 명분과 명분을 쌓기위한 과정입니다. 각 정치인과 당이 가지는 고유의 색깔에 따라 그 명분을 만들 것이며, 그 명분의 진위여부와 논리성에 대해 정치인간 혹은 정당간 논쟁을 벌이며 지지세력을 집결시키거나 세력을 확산해 가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로 상대의 지지세력을 분산시키거나 축소시키는데에 이용을 하기도 합니다. 종종 국민 다수가 정말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되고, 예산 측면에서도 큰 부담이 없는 안이지만 국회 상임위 내에서 장기간 계류중인 것 들 중 일부는 명분이 잘 안만들어진다거나, 명분을 만들어도 이슈화 되기가 힘들어 해당 법안을 끝까지 밀고나가 추진 할 동력을 잃었거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입법과 정책 수립 과정은 다소간의 정치적인 성격이 같이 섞여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만약 진정으로 단순한 정치적인 이용을 위한 정책이 있는 경우가 있다면, 사회 전반적 needs는 없지만, 현 정권이나 정부에 매우 협조적인 일부 지지세력, 혹은 이익집단만을 위한 정책이거나, 정책 변경의 득실을 따질 때 분명 실이 더 큰 문제임에도 그 논점을 흐리게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설파하고, 실제 정책 변경에 피해자가 될 수 도 있는 집단으로부터도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겠지요. 한국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로 보자면 정책에 대한 다툼에 어느덧 이데올로기 프레임을 씌워, 일부 이익집단에만 이득이 되는 법안이나 정책을 다수의 국민들로 부터 찬성을 받아내는 그런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그 반대로 요즘과 같이 "보수"라는 단어 자체가 이상하리만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보수 혹은 적폐와 같은 프레임을 씌울 수도 있겠고요.
또는 매우 controversial issue인자라 그 어느쪽이 맞다고 섯불리 평가하기 힘든 이슈이지만, 이를 일부러 꺼내들고 공론화시켜 현재 당국을 곤경으로 몰고가는 다른 지표들이나 이슈들을 이른바 '물타기' 하는 경우에도 정치적 이용을 한다고 볼 수 있겠고요.

분명 호주 정부에서 457비자 폐지에 대한 지지와 근거 등을 이야기 하면서 다소 왜곡된 정보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참고링크), 현재 호주 상황을 놓고 보자면 이민 절차와 조건 강화가 분명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는 보입니다.

불법/편법적인 스폰서를 통한 비자 발급이 간혹 적발되기도 하고, 실제 서류상 제출된 포지션에 적합한 언어적/업무적 능력과 경력이 없는 사람이 이민을 위해 비자를 받아 오기도 하며, 때로는 현지인 대비 보다 싼 값에 인력 수급을 하기위해 스폰서를 하는 고용주들도 있으며 (정책상 시장가 이상의 연봉이 지불되어야 하지만, 일부 캐나다 한인업주 스폰서에서도 그렇듯 서류상 기록이 남는 페이 체크는 서류상 연봉으로 나간 후, 피고용인이 고용인에게 다시 연봉 중 일부를 돌려주는 형식으로...), 점점 확대되어 온 457 비자의 직업군이 자국민으로도 커버 가능한 일자리까지 확대되고 있으니까요.

이를 점진적으로 강화 할 수도 있었고, 한번에 충격적으로 드라이브 할 수도 있었는데, 호주의 경우 강하게 한 번 밀고 나간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단기/중장기 직업군과 제외 직업군, 지속 감독(관찰?) 직업군 리스트들을 보면 시장에 인력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강하고 쉽사리 자국민 실업자 교육을 통해 바로 근무가 가능하기 힘든 숙련직 직업군의 경우에는 당장 귀국이나 다른 나라로 옮겨야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한번의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해서 향후 점진적인 변화가 없을 것도 아니기에 현지에서 준비중이신 분들은 많이 불안하실 것 같네요.

제가 이전의 수 많은 글들에서도 이민병에 걸리셨으면 하루빨리 그 병을 치유하여 일상으로 복귀 하시거나, 아니면 1~2년 길게 내다보지 마시고, 반년 이내의 눈 앞에 목표를 세우고 당장 어학 점수를 확보하고, 한국에서 지금 즉시 신청 가능한 영주권 프로세스를 알아보고 이민을 신청하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이런 일들 때문입니다.

앞으로 세계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지금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향후 몇년간은 이민 조건이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지지, 더 쉬워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학력과 경력이 좋아야하고, 나이는 어려야하고, 영어는 잘해야 이민을 오기 쉽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이 다 좋다면 지금의 규정에 따라 이민을 올 수 있으며, 이러한 조건이 조금 부족하다면 최대한 단기간 내에 이민을 갈 국가에서 유학이나 취업 등을 통해 극복 후 조금이나마 적게 변경된 규정을 통해 이민을 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조건에서 많이 멀어져 있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오랜 기간동안 현지에서 유학을 하고, 유학 후 취업을 하고, 취업 후 일정 기간 이상의 경력을 쌓아 매우 많이 개정된 이민 규정하에서 영주권을 노려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조금은 오래 걸리는 이민 프로세스를 선택 하셨다면, 직업은 두 가지 중 한 분야여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에하나 귀국을 하게 되었을 때에도 내가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야이거나, 이민국 현지에서 시장 needs가 활발하게 있는 분야이면서 동시에 숙련직 노동 분야로 그 사회 내에서는 인력 수급이 지속적으로 어려움이 있을만한 분야여야 합니다. 정부는 어차피 자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 다소 왜곡되고 잘못된 이야기라 할 지라도 많은 자국민 노동자들이 같이 일하는 외국인 때문에 내 옆집 사람이 일을 못한다거나, 내가 일을 못한다는 볼맨소리를 하면 그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의 적성 등이 맞지 않아 비숙련직을 할 수 밖에 없다면 호주라면 RSMS, 캐나다라면 주정부 이민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기간상으로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낮은 소득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고, 영주권을 받는 그 날까지 고용주에게 종속적인 관계가 되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이민에 대한 각국의 정책은 언제든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영주권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며, 아니라면 기간이 가장 짧고 변수가 적은 이민 방법이 차선입니다. 

그리고 단기간 내에 해결이 안되는 학력이나 경력은 차치하더라도 점점 강화되고 있으며 주요한 항목 중 하나인 영어시험 점수를 미리미리 준비 하신다면 훗날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가면 영어 늘겠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영어 '시험' 점수는 '시험' 공부를 할 때 오르지, 영어를 자주 쓴다고 하여 유의미한 수준으로 점수가 오르지는 않습니다.